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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지킴이] <1> '더미라클스' 첫 회원 박점식 천지세무법인회장

"아들 위해 시작한 장애아 돕기… 제 삶의 의무됐죠"

희귀난치병 아들 보며 필요성 절감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고액 기부

"장애는 누구나 입을 수 있어 장애인 사회적 인식 전환해야"

박점식(가운데) 천지세무법인 회장이 아들 동훈(왼쪽)씨, 강지원 푸르메재단 대표와 함께 더미라클스 발족식을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푸르메재단

"아들의 장애가 아니었다면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은 많지 않았겠지요. 이제 그들을 위해 나누고 돕는 것이 행복이고 오히려 큰 혜택을 받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박점식(59) 천지세무법인 회장은 지난해 12월2일 서울 종로구 푸르메센터에서 열린 '더미라클스(기적을 만드는 사람들)' 발족식에 아들과 함께 참석했다. 희귀난치병인 근이영양증(퇴행성 근육병)을 앓고 있는 아들 동훈(29)씨는 비록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지만 어엿한 직장인으로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고액기부자로 이름을 올린 아버지와 자리를 함께했다.

박 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장애어린이들을 위한 특수병원의 필요성을 누구보다도 절감하기에 경제적 어려움으로 제대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새해에도 삶의 의무인 기부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푸르메재단이 짓는 어린이재활병원은 오는 2016년 초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100개 병상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박 회장을 비롯해 션·정혜영 부부, 이철재 전 쿼드디맨션스 대표 등 4명이 장애어린이를 위해 1억원 이상 기부한 더미라클스의 첫 회원이 됐다.

박 회장은 인터넷에서 우연히 푸르메재단 활동 소식을 접하고 지난 2008년 재단후원 행사에 아들과 함께 참석한 후 '단골 기부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7년간 매년 정기기부 외에 재단에 6,000만원을 한꺼번에 기탁하기도 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억원 이상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의 18번째 회원이기도 하다.

박 회장은 "기부는 남을 돕는다는 명분도 있지만 결국은 자기 행복을 위해 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사회로부터 빚진 것을 일부 탕감 받는 느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의 기적'을 믿는다. 회사 경영에도 접목해 직원들에게 감사일기를 쓰자고 독려했는데 처음에는 어려워하던 직원들이 이제는 스스로 기부에 나서고 회사가 매칭펀드로 나눔을 돕고 있다. 아들도 감사일기를 쓴 후부터 효과를 보고 있다. 의사들이 20세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던 아들은 꿋꿋이 병마와 싸우며 3년 전부터 아버지 회사의 컴퓨터 관련 일을 도왔고 2014년부터는 서울 가산동 사무실로 매일 출근하고 있다. "휠체어를 전동식으로 바꾼 후 스스로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생긴 자신감도 아들에게 큰 힘이 됐지요. 긍정은 한계를 넘을 수 있는 힘이 됩니다."

박 회장은 더미라클스 회원이 됐다는 의미보다 이 모임의 존재가 많이 알려져 장애어린이를 위한 나눔의 출발점으로 평가 받기를 원한다. 그는 "장애인들과 그 가족에게 재활을 위한 전문병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이들을 제대로 수용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중증장애인들의 휠체어를 가로막는 도로나 건물 등은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이 얼마나 낮은가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누구나 살면서 장애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사회 구성원 모두를 보듬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나눔은 첫발 떼는 게 어려울 뿐 누구나 할 수 있다"며 "새해에는 기부를 주저하는 사람들을 잘 이끌어주는 손길도 많아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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