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가 1만100선을 돌파하며 랠리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원ㆍ엔 환율의 움직임이 닛케이225지수를 좌우한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 증시의 향방을 파악하는 데 엔화와 아시아 국가의 통화, 그 중에서도 한국 원화와의 상관관계가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도이체방크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3년간 일본 증시의 움직임이 달러ㆍ엔 환율보다는 원ㆍ엔 환율과 동조하는 현상이 더 뚜렷했다고 전했다.
특히 올 들어 엔화 대비 원화의 가치가 12% 상승한 게 일본 증시가 해외 주요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전한 것과 일맥 상통한다고 분석했다. 지난 19일 닛케이225지수는 1만141.99포인트를 기록해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난해 3월11일 이후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일은 춘분절로 휴장했다.
원ㆍ엔 환율과 일본 증시의 상관관계가 관심사로 떠오른 이유는 일본과 한국 기업 간 경쟁 구도 때문이다. 일본 도요타ㆍ혼다 등 자동차업체와 소니ㆍ파나소닉 등 전자업체는 한국의 현대차ㆍ삼성전자 등과 미국 및 유럽 등의 수출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엔화 대비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일본 업체보다 하락한다는 의미다. 미국에 수출하는 일본 기업의 수익성이 단순히 달러ㆍ엔 환율의 영향을 받는다는 일차원적인 분석을 넘어 수출 지역에서 경쟁하는 다른 국가와의 환율 움직임까지 따지는 보다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엔화가 인도네시아 루피아, 싱가포르 달러, 태국 밧 등 다른 아시아 통화에 비해 약세를 나타내는 것도 일본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최대 수출 시장인 아시아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본국으로 들여올 때 엔화 가치가 하락한 만큼 이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WSJ는 엔화 대비 원화의 가치가 추가로 상승하면서 일본 주요 기업의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일본 증시의 상승 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미국의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졌고 유럽 재정위기도 한풀 꺾이면서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자금이 아시아 지역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의 가치가 절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가 지난달 디플레이션의 처방책으로 제시한 물가상승목표제나 자산매입 프로그램 역시 엔화 약세를 유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한국은 인플레이션 우려와 에너지 가격 상승을 이유로 원화 강세를 용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원화 강세를 통해 수입품을 싸게 들여옴으로써 물가 상승을 억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모건스탠리는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오는 2013년 말까지 6%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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