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대표적 공포지수로 알려진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가 유례없이 낮은 수준에서 안정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극도로 예외적인 시장 충격에 대한 공포심리를 반영하는 또 하나의 지수인 이른바 '블랙스완지수'가 이달 들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적 증시 흐름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는 한편으로 예상치 못한 극단적 충격이 금융시장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CNBC는 25일(현지시간) 올해 들어 VIX가 20% 가까이 급락하며 최저점을 향하고 있는 반면 또 다른 공포지수인 스큐(Skew)지수, 일명 블랙스완지수는 이달 들어서만도 12%나 뛰며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스큐지수는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몰고 오는 '블랙스완'급의 극단적 리스크를 헤지하는 옵션상품 가격으로 블랙스완지수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경제지표 악화나 일시적인 지정학적 사건 등에 따른 시장 충격 가능성을 나타내는 VIX가 장기 평균치인 20을 크게 밑도는 11 안팎에 머물고 있는 반면 블랙스완지수는 충격발생 가능성인 높아지는 기준선인 100을 크게 웃돌고 있다. 지난 20일 현재 블랙스완지수는 사상 두 번째로 높은 143까지 치솟았다.
CNBC는 이처럼 시장의 공포를 반영하는 서로 다른 지수가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이 양분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통상적 변수로 시장이 흔들릴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많은 투자자들은 안정적 상승 흐름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상정하기 어려운 극단적 위험이 금융시장에 파괴적인 충격을 줄 가능성에 대비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캐서린 샬런 CBOE 리서치 부문 이사는 "6월 한 달간 블랙스완지수가 크게 올랐다"면서 "대다수 투자자들은 낮은 VIX를 보고 시장이 안정됐다고 평가하지만 시장이 모든 면에서 안정적이지는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18일 열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재닛 옐런 의장이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남긴 것이 블랙스완지수를 끌어올렸다는 지적도 있다. 샬런 이사는 "투자자들은 (블랙스완의)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 않지만 우려가 리스크 헤지 수요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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