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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의 주말 독서모임] 돈 착하게 벌수는 없는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1970년 <뉴욕타임즈>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 이윤을 늘리는 것이다’라는 유명한 기고를 했다. 기고에서 프리드먼은 직원ㆍ공동체ㆍ환경에 관심을 갖는 경영자들을 다음과 같이 강하게 비난했다. “일자리 창출, 차별 철폐, 환경오염 방지 등을 기업이 부담해야 할 책임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경영자는 사회주의를 설파하는 것이다”

요즘 같아서는 여론의 뭇매를 맞기 딱 좋은 기고문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생각들은 최근까지도 당연시 돼 왔다. 기업이 이윤극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믿음이 학계뿐 아니라 비즈니스 리더들, 심지어는 일반 대중들 사이에도 깊이 파고들었다. 그 결과 대부분의 기업이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을 잃었고 그들의 자기중심적인 행태들 역시 이러한 전제하에 묵인됐다. 갑의 횡포를 조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돈을 좀 착하게 벌 수는 없을까’하는 생각이 절로 들 수 밖에 없다.

‘돈 착하게 벌 수는 없는가(존 매키·라젠드라시소디어 지음, 유지연 옮김, 흐름출판, 2014)’는 이윤극대화가 근거 없는 믿음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윤 추구가 기업을 하는 목적이라는 것은 산업혁명 초기 경제학자들로부터 비롯됐는데 이는 당시의 환경적 특수성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산업 혁명 초기에는 자본이 매우 부족했다. 성공한 기업들은 이윤을 축적했고 기업가와 투자자들은 축적한 자본을 유망한 신규 사업에 대규모로 재투자 했다. 이윤은 역사적으로 희소한 자원이었고 사회발전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요소였기 때문에 고전 경제학자들은 이윤의 중요성에 깊이 빠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실은 기업의 핵심은 수단을 가리지 않고 최대한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임에도 말이다.



결론적으로 돈을 착하게 벌려면 ‘진정한 자본주의’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 책의 요지다. 책에 따르면 진정한 자본주의 하에서의 기업은 가치를 창출하므로 유익하며 우리 생활을 윤택하게 한다는 점에서 존경받을 만하고, 사람들을 빈곤에서 구하므로 영웅적이다. 그리고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 ‘깨어있는 자본주의’를 제시한다. 깨어있는 자본주의란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해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패러다임이다. 즉 기업의 존재 이유와 더 많은 가치창출 방안에 대한 자각을 의미한다. 깨어있는 자본주의는 네 가지 신조로 이루어진다. ▲깨어있는 리더십 ▲깨어있는 문화와 경영 ▲높은 차원의 목적과 핵심가치 ▲이해관계자 통합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석적 경제학 이론들을 도덕적, 윤리적 가치들로 극복하자는 주장은 한계를 보인다. 이해관계자들 모두를 위해 제로섬 중심의 시각을 벗어나는 깨어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대목은 근거가 부족하다. 트레이드오프(하나를 달성하려고 하면 다른 하나는 희생되는 경제관계)가 발생했을 때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윈윈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자는 주장도 도덕적 차원의 제안에 머무르는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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