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을 둘러싼 이슬람 국가들의 압력이 강화되는 등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가뜩이나 고공비행 중인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AP통신은 이집트 국영 가스공사(EGAS)가 지난 2005년 이스라엘과 체결한 20년 장기 가스공급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22일 전했다. 이집트는 이스라엘 천연가스 사용량의 40%가량을 공급해온 만큼 이번 조치는 이스라엘 경제에 타격을 가하는 것은 물론 정치적으로도 양국관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우려된다.
EGAS 측은 가스공급 중단에 대해 "상업적 이해관계에 따라 내린 결정"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이번 조치가 친미 성향이던 호스니 무바라크 전 정권이 붕괴된 후 이집트 내 이슬람주의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무바라크 집권기에 시장 가격보다 낮게 체결한 이스라엘과의 공급계약 때문에 이집트가 경제적 손실을 보고 있다는 비난여론이 고조되고 있으며 지난해 반정부시위 이후 이집트~이스라엘 가스 파이프라인은 무려 14차례나 공격을 받았다고 AP 등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유발 슈타이니츠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이번 사태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매우 크게 우려되는 일"이라며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 평화조약과 평화로운 분위기에 그늘을 드리우는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집트의 계약파기 소식이 전해지자 아시아 원유시장에서 거래되는 중동산 두바이유 6월물 가격은 장중 전거래일 대비 배럴당 0.35달러 오른 115.70달러에 이르는 등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란 핵개발을 둘러싼 각국 정세도 예사롭지 않다. 베니 간츠 이스라엘 합참의장은 최근 이스라엘 일간 예디오트 아라노트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군은 명령만 떨어지면 이란 핵기지와 가자ㆍ레바논을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며 "당장 전쟁 징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과거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고 알아라비야TV가 22일 전했다.
서방국가와 핵협상을 벌이고 있는 이란 쪽 행보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이날 테헤란을 방문한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회동한 자리에서 "양국이 강력한 힘을 갖춘다면 (중동지역에) 미국이나 이스라엘 등 적국이 끼어들 여지가 없을 것"이라며 유대관계를 강조했다고 테헤란타임스는 이날 보도했다.
지난해 말 미군의 이라크 철수 이후 미국을 대하는 이라크의 태도가 눈에 띄게 냉랭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과 적대관계인 이란이 같은 시아파 국가인 이라크와 손을 잡을 경우 미국이 주도해온 중동정세에 적잖은 변화를 일으키며 원유시장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라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3위 원유 수출국이다.
이 밖에 최근 전개됐던 수단과 남수단 간 전투는 남수단군이 22일 헤그리그 유전에서 완전 철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일단락됐지만 양자 간에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어 석유자원을 둘러싼 양국의 대립은 앞으로도 수시로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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