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개혁 문제는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특별한 빅이슈가 없을 경우 정부 정책과 언론의 단골 이슈로 자리매김해왔다. 천문학적 부채규모, 직원들의 과다한 복지, 모럴해저드 등 공기업은 점점 우리 사회의 필요악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공기업 개혁은 주요 과제였다. 공기업 민영화, 공기업 선진화, 공기업 정상화로 명칭만 바뀌었을 뿐 방만경영, 모럴해저드, 과다한 부채 등 개혁 이슈 또한 유사하다.
전시·피동적 경영 불가피한 구조
수십년간 공기업 개혁을 추진해왔고 정권마다 혁신했다고 자찬했음에도 '공기업 문제가 이처럼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왜 개혁이 되지 않는지' 이제는 근본적인 원인을 짚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공기업 개혁의 시한과 매뉴얼을 정해놓고 강력하게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방식의 개혁은 결국 과거 정부의 보여주기식 정책과 다를 바 없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식상한 문제로 비칠 수 있다.
공기업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전시행정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공기업 개혁이 불필요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한전부지 매각 사례가 아니더라도 300여개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 산하의 수많은 공기업들이 국민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파급효과 또한 빠르기 때문에 공기업 개혁은 오히려 정부의 중요한 정책과제로 깊이 있게 다뤄야 한다.
공기업의 대주주는 국가이고 경영진 또한 국가에서 임명한다. 공기업의 주요 추진사업은 대개 관련부처의 승인이 있어야 가능하다. 따라서 공기업의 방만경영은 정책실패이지 경영실패는 아닐 수도 있다. 유사한 문제가 수십년간 반복된다면 공기업 관리 시스템 문제를 재고해보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공기업의 주요 사업들은 거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장기간에 걸쳐 효과가 나타나는 데 비해 경영진의 임기는 2~3년에 불과하다. 우스갯소리로 "공기업 임원은 임명되고 1년간은 업무 파악하고 남은 1년은 퇴임준비를 한다"고도 한다. 임기 내에 성과를 내기 힘든 구조다.
이 또한 매년 성과를 평가해 중도경질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국익을 위한 장기적인 경영보다는 단기간에 평가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는 홍보활동이나 전시경영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공기업들은 매년 국회 감사, 감사원 감사, 상급기관 감사를 반복적으로 받는다. 감사의 목적과 효익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오랜 기간에 걸쳐 성과를 내는 일보다 감사에서 지적받지 않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일하는 문화로 변형됐다.
자율경영권 마련 후 방만 땐 퇴출을
언론 등에서는 성과를 내는 공기업에는 관심이 없고 일부 공기업 직원들의 과다한 복지와 모럴해저드를 크게 부각시킨다. 그건 결과다. 높은 성과를 내는 조직이 되기 위해 필요한 투입요소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조직문화가 왜 그렇게 형성됐는지 유심히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다.
국가의 주요 정책을 실행하는 공기업도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해야 한다. 유능한 인적자원을 토대로 공익을 위한 성과를 통해 그 조직과 구성원들이 발전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와 자율경영권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시스템에서도 방만경영이 지속된다면 개혁이 아니라 시장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퇴출되는 시스템이 돼야 할 것이다.
공기업 개혁은 문제의 원인부터 검토해야 한다. 공기업 문제가 구조와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지 분석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관리 시스템부터 개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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