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9일(이하 현지시간) 이라크에 대한 군사개입을 재개했다. 외신들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이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며 군사개입을 '정치적 도박'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 최대 정유공장이 있는 북부 도시 바이지를 두고 이라크 정부군과 급진 수니파 반군 '이라크·레반트이슬람국가(ISIL)'는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면적 내전 위기에 처한 이라크 정부군을 돕기 위해 최대 300명의 군 자문관을 파견할 것"이라며 "(군사개입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정밀하고 선별적 군사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제한적 개입'이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지난 2011년 이라크에서 철군한 뒤 처음으로 미군 파병 의사를 밝힌 것이다. 미군은 16일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관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군 병력 275명을 보낸 바 있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직접적 군사개입은 처음이다.
그는 이번에 파견되는 병력은 이라크 정부의 모병·훈련과 정보수집 및 분석을 지원하는 자문 역할에 국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군이 다시 이라크 전투에 투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라크 사태가 전면전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하는 게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이라크 인근 페르시아만에 배치한 조지HW부시항공모함에서 출발한 F-18 전투기가 반군 감시를 목적으로 이라크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고 미국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군사적 개입을 결정한 것은 이라크 사태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을 '멍청한 전쟁'이라고 불렀던 만큼 다시 이라크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도 국내외 정치적으로 엄청난 부담이다. 그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미군 사망자 4,500명만 남긴 채 이라크에서 철군한 경험 때문에 이라크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주저해왔다.
미국 측은 이번 군사개입을 시아파만 대변하는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에 대한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오바마 행정부가 알말리키 총리를 대신할 대안을 적극 물색하고 있으며 새 정부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번 개입이 미국 정부가 의도하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이 정도 규모로는 알말리키 총리에게 수니파와 일정 수준의 권력 분점 등 정치적 요구를 성사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중동 전문가 켄 폴락은 "군사 원조규모가 너무 작아 이라크 정부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되레 시아파 정부군이 미군과 확실히 협력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18일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250㎞ 떨어진 바이지의 정유공장 일부를 장악한 것으로 알려진 ISIL은 다음날인 19일 이라크 정부군과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였다. 알말리키 총리의 안보 분야 대변인인 카셈 알타는 "이라크 보안군이 대규모 교전 끝에 ISIL을 몰아내고 바이지 정유시설들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BBC 등은 공장 노동자들의 말을 인용해 ISIL이 여전히 정유공장 주변을 장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BBC는 양측의 교전에 앞서 정유공장 근로자 1만5,000명과 해외 전문가 100명이 바이지를 떠났으며 정유공장 가동도 수일간 중단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라크의 주요 유전은 바스라 등 남부 지역에 밀집해 있지만 바이지의 정유공장은 하루에 31만배럴을 처리하는 이라크 최대 규모로 이라크 국내 유류 소비의 주춧돌로 통한다. 이라크로서는 바이지 사수 여부가 앞으로의 경제활동 사수를 위한 능력을 가름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WSJ는 "ISIL이 이 정유공장 장악에 성공하고 이라크의 나머지 지역으로 통하는 석유의 공급을 끊는다면 정부군이 타격을 입고 ISIL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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