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나칩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만한 회사라는 믿음이 없었다면 선뜻 사장직을 맡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비메모리 반도체업체인 매그나칩의 사령탑에 오른 지 6개월째를 맞은 박상호(59ㆍ사진) 사장의 첫마디에는 무엇보다 자신감이 가득 묻어났다. 지난 5월 취임 당시 주변에서는 박 사장에 대해 기대 못지않게 우려 섞인 목소리도 많이 나왔다. 최근 매그나칩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이래저래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HP나 IBM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업체를 두루 거치고 매그나칩의 전신인 하이닉스반도체 사장까지 역임한 인물이 너무 큰 모험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지만 취임 6개월이 지난 지금, 매그나칩 내부는 물론 외부의 시각도 하나 둘씩 달라지고 있다. 박 사장이 몸을 아끼지 않고 뛰어다니면서 당초 우려보다는 박 사장에게 거는 기대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박 사장은 5월 취임한 후 6개월 동안 고객을 만나기 위해 한 달에 3분의2 이상을 해외에서 보냈다. “경영정상화와 이익창출을 위해서는 고객들로부터 회사의 신용을 회복하고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10월에는 한국에 있었던 날이 5일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박 사장은 말했다. 업계에서는 취임 후 1주일 만에 대만 출장을 떠나고 곧장 미국으로 향하는 등 활발한 박 사장의 행보를 두고 ‘준비된 CEO’라고 평가했다. 마치 취임 이전부터 치밀하게 준비를 해왔던 것처럼 발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취임 1년을 맞는 내년 5월을 기대해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경영인은 숫자로 말해야 한다”며 “시스템반도체 비즈니스는 메모리와 달리 최소 1년 단위로 성과가 나타나는 만큼 1주년 간담회 자리에서는 확실하게 달라진 매그나칩을 수치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그나칩의 매출이 단기적으로는 하락세를 나타냈지만 현재의 신제품 영업상황을 고려해볼 때 내년에는 본격적인 매출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는 게 박 사장의 판단이다. 박 사장은 “매출의 회복세 및 사업전환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과거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신제품을 도입했다”며 “양산을 확대하고 파운드리 사업을 확장하는 등 다각적인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출처 다양화를 위해 박 사장은 최근 유럽 법인을 확대, 이전하고 영업 마케팅 인력을 보강했다. 보다 효율적으로 유럽 지역의 신규고객을 발굴하고 이 지역 고객들에 대한 최상의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신규고객 발굴에도 박 사장이 몸을 아끼지 않고 직접 뛰고 있다. 취임 후 벌써 70여곳의 고객사를 방문해 CMOS 이미지 센서는 3대 메이저급 핸드폰 제조업체들의 다수 모델에 채택됐으며 대형 LCD드라이버도 두 메이저급 LCD업체에 채택됐다. 미래 성장기반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매년 매출액의 약 10% 정도(올해 약 5%)를 설비투자에 쏟을 계획”이라며 “DDI 및 CIS 제품군의 생산라인 업그레이드 및 R&D용 장비를 도입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박 사장은 말했다. 박 사장은 신규라인 증설에도 의욕적이다. 박 사장은 “현재 청주ㆍ구미에 보유한 5개의 라인에서 웨이퍼 기준 월 11만6,000장의 생산능력에서 별도 증설 없이 5만장 이상의 웨이퍼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며 “생산량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신규라인 증설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외부고객 만족과 함께 내부 조직 추스르기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취임 후 디스플레이 솔루션 본부의 조직을 제품개발 중심의 조직구조로 재정비해 실질적으로 R&D와 생산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는 “책임 소재가 분명하고 관할고객을 전담하는 개발조직으로 변경 운영했다”며 “보다 집중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략적 고객의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기업공개에 대해 뚜렷한 방향을 제시했다. 실적회복이 가시화되는 내년 하반기께 결론을 낼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사장은 “현재 상장은 돼 있지 않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등록이 돼 이미 본드 발행 및 거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적회복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미국 주식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나스닥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4년 만에 구원투수로 돌아온 박 사장은 반도체시장의 속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이제 또 다른 신화를 일궈낼 꿈에 부풀어 있다. [경영철학과 스타일] '인기 보다는 성공한 리더' 중시 박상호 사장은 리더십의 기본을 성공이라고 말한다. '인기 있는 리더보다는 성공한 리더'가 되겠다는 것이다. 성과를 보여주며 길을 제시하면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것이 박사장의 지론. 박 사장은 매일 오전4시에 일어나 e메일을 체크하고 한시간 이상 운동을 한다. 가끔은 직원들에게 'CEO 레터'를 보내 격려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쏟아지는 일을 다양하게 처리하고 뒤로 미루지 않는 것이 그의 경영 스타일이다. 굴지의 세계적인 반도체업체에 몸담으면서 체득한 경영 노하우를 매그나칩에 적용해 작지만 알찬 반도체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것이 박 사장의 목표다. 박 사장은 직원들이 신바람 나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고 말한다. 박 사장은 "매출이 부진하니 자연히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사기를 높여줄까 요즘 많은 고민을 한다"며 "얼마 전 복도에 불이 꺼져 있는 것을 보고 이렇게 어두워서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느냐, 비용절감이 우선이 아니라 기분 좋게 일할 직장을 만드는 게 먼저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사장 취임 이후 박 사장은 중간 관리자의 리더십 강화에 공을 들였다. 회사가 어려워졌다는 핑계로 관리자를 교육하고 육성하는 일에 소홀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부터는 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리더십과정'을 신설해 자신이 체험하고 습득한 노하우를 전직원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직원들의 성과에 대한 보상 체계도 갖췄다. 분기별로 '매그나칩 스타어워드' 시상식을 개최해 공로가 큰 직원들의 수고를 치하하는 등 연공서열이 아닌 철저한 능력과 성과 중심으로 평가하고 보상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박 사장은 "직원들이 웃음을 잃지 않고 역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는 성과에 대한 정확한 보상이 바탕이 된다"며 "신바람 나는 경영으로 곧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약력 ▦47년 경기도 화성 출생 ▦79년 미국 휴렛패커드 구매 부문 기술담당 이사 ▦95년 미국 휴렛패커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마케팅담당 이사 ▦99년 미국 IBM 구매부문 기술담당 부사장 ▦2001년 현대전자산업 반도체 부문 사장(COO) ▦2003년 하이닉스반도체 공동대표이사 사장 ▦2006년 아이서플라이 자문역 ▦2006년 5월 매그나칩반도체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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