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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영권 안정장치 시급하다
입력2006-02-09 17:10:15
수정
2006.02.09 17:10:15
KT&G에 대한 투기자본의 공격이 점입가경이다.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사외이사 선임과 집중투표제 실시 요구 등 경영간섭을 노골화한 데 이어 모 사모펀드가 경영권 인수를 추진 중이라고 외신이 보도했다. 이에 대해 KT&G는 긴급 기업설명회를 갖고 방어에 나서는 등 사태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SK가 소버린의 공격을 받은 지 6개월 만에 터진 이번 사건은 우리 기업이 기업사냥꾼에게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음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더구나 지배구조가 모범적이고 소유분산이 잘돼 있는 우량기업들이 적대적 M&A의 주된 타깃이 돼 우려를 낳고 있다.
우리 기업에 대한 이 같은 외국투자가의 공세는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옴에 따라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상장기업의 90%가 M&A 위험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KT&G 사태는 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도 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외국인 지분율이 높다. KT나 포스코의 사정도 KT&G와 다를 바 없다. KT&G 사태를 보는 이들 기업의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이처럼 외국인 투자나 펀드의 경영권 위협이 급증한 것은 대주주인 총수 일가의 기업 지배력이 약화되고 포스코ㆍKTㆍKT&G처럼 공기업 민영화로 주인이 없으면서도 알찬 기업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만큼 내용에 비해 저평가된 기업이 많다는 풀이도 가능하다. 돈 벌 수 있는 틈만 있으면 파고드는 기업사냥꾼에게 이러한 기업은 좋은 공격 대상이 된다.
세계화시대에 외국인 투자를 배척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주가를 올려 크게 차익을 보려고 경영권을 위협하는 행태까지 수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투자 목적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일본이 지난해 외국인의 적대적 M&A에 대비해 ‘황금주’ 도입을 법제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은 좋은 참고가 된다. 자산가치가 큰 기업을 중심으로 이번 KT&G 사태 같은 경영권 위협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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