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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둥성 끝자락에 자리한 웨이하이에는 역사적인 유적지가 특히 많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45분 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가까워 한국ㆍ일본과의 역사적인 교류나 분쟁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웨이하이에서 1시간 가량 떨어진 적산은 당나라 시대 신라인들의 집단 거주지인 신라방이 설치된 장소이다. 신라의 해상왕 장보고는 이 곳에 사찰 법화원을 짓고 유민들과 유학승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했다. 당대 이후 중국에서 불교가 탄압되면서 폐쇄된 법화원은 지난 1987년 일본 불교와 민간단체의 후원과 중국 정부의 노력으로 복원됐다. 장보고 기념관을 비롯해 어민들에게 안전과 풍요를 주는 13m 높이의 적산 명신상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만들어졌다. 또 광장에 설치된 장엄한 미륵보살상은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2시에 분수와 불꽃쇼가 어우러져 눈길을 끈다. 청일전쟁의 상흔이 남은 유공도는 중국 학생들이 끊임 없이 방문해 애국심을 고취하는 장소로 유명하다. 웨이하이 부두에서 배를 타고 30분 가량 소요되는 곳에 위치한 유공도는 1894년 청의 북양함대가 일본 해군에 대패하며 전멸한 곳. 일본은 여세를 몰아 산둥 반도와 랴오둥 반도를 장악, 베이징까지 위협했다. 결국 청은 시모노세키 조약을 맺어 일본에 타이완, 펑후섬 등을 할양했다. 유공도에 들어서면 당시 침몰된 배의 잔해로 만든 기념탑과 건물 등 각종 유물을 감상할 수 있다. 또 역사 다큐멘터리 등도 방영하며 외국의 침략전쟁에 대한 경계심을 불러일으키는 등 한국의 전쟁기념관 같은 의의를 담고 있다. 웨이하이 시내에서 약 50분 가량 떨어진 리솜 웨이하이CC 인근에는 '중국의 희망봉'이라 불리는 성산두가 있다. 산둥 반도에서도 가장 동쪽에 있는 이 곳은 중국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뜨고 지는 장소로 여겨진다.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아 이 곳에 두 번이나 행차해 제를 지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성산두 일대는 중국이 국가급(AAA) 관광지구로 지정할 정도로 풍경이 아름답다. 진시황제의 유적과 더불어 다양한 중국 문화 유산도 관람할 수 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데 비해 중국의 고위간부들은 '땅의 끝'이라는 위치가 불길하다고 해 얼씬도 하지 않는 걸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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