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이 '브랜드 중심'에서 '가격 및 광고노출도 중심'으로 바뀌었다. 이 같은 패턴변화는 지난 2007년 말부터 시작,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더욱 가속화되는 양상이어서 소비자 취향변화와 불황기 소비가 상승작용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위원회의 소비자동향 조사보고서를 인용, "지난 2년 사이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브랜드 제품에 대한 충성고객 중 52%가 해당 브랜드 구입을 줄이거나 저가의 경쟁사 제품을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충성고객'은 해당 제품군 중 특정 브랜드를 구매할 확률이 70% 이상인 소비자를 일컫는다. 이번 조사는 2007년부터 2년간 슈퍼마켓 고객 3,200만명의 고객카드를 통해 소비패턴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 품목은 685개의 식료품 및 생필품. CMO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시리얼ㆍ통조림 등 포장식품의 경우 전통적으로 특정 브랜드만 찾는 충성고객이 많다"며 "최근의 추세변화를 감안해 (기업들이 충성고객을 놓치지 않으려면)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보고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소비자들이 브랜드 대신 가격과 광고를 보다 많이 선택했다는 점. 에릭 앤더슨 노스웨스턴 대학 켈로그 경영대학원 마케팅 교수는 "지금 마케팅 담당자들이 가장 우려해야 할 부분은 소비자의 이탈"이라며 "가격과 광고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충성고객을 많이 확보한 브랜드라도 가격 경쟁력이 약해지면 언제든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앤더슨 교수는 "이전 불황기에도 최고의 '국민 브랜드'들이 슈퍼마켓과 대형마트의 자체브랜드(PBㆍPrivate Brand)에 밀려난 사례가 있었다"며 "경기침체가 시작되면 소비자들이 재빨리 브랜드 상품을 포기하지만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충성고객'으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진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추세가 우리나라에서도 진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박종원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경기불황기에는) 평균적으로 고객 충성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면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식품ㆍ생필품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유독 강하기 때문에 저가 상품을 찾는 부류와 브랜드에 충실한 부류로 극명하게 나뉘는 양극화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박 교수는 또 브랜드 충성도가 낮아질 경우 가격인하로는 극복하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일시적으로 고객을 끌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가치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1+1 판촉 등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서울우유의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 뒤 PB 우유의 점유율이 더 높아지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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