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1일 낮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지역에서 수백발의 포탄을 쏘아올리며 서해 일대를 긴장 상태로 내몰았다. 우리군은 F-15K 전투기를 긴급 출격시키며 북한의 도발에 강하게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일순간 전운이 감돌기도 했다. 특히 북한이 이날 발사한 수백발의 포탄 중 일부가 NLL 남쪽 해상으로 떨어진 것으로 확인돼 남북이 국지적 교전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긴박감 감돈 서해 5도 일대=합동참모본부는 31일 "북한의 해상사격 훈련 중 NLL 이남 지역에 북측 포탄 일부가 낙탄해 우리 군도 NLL 인근 이북 해상으로 K-9 자주포로 대응 사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우리군은 북한이 지난 2010년 8월 117발의 해안포를 서해상으로 쏘아올렸을 당시 대응 사격을 하지 않았지만 이날은 NLL을 넘어온 포탄 수만큼 대응 사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은 이날 황해도 지역에 배치된 해안포와 방사포·자주포 등을 이용해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북한은 황해도 장산곶과 옹진반도·강령반도의 해안가를 비롯한 서해 기린도·월내도·대수압도 등에 해안포 900여문을 배치해놓고 있으며 해주 일원에 배치된 해안포만 100여문에 이른다. 북한은 사거리 27㎞의 130㎜, 사거리 12㎞의 76.2㎜의 해안포를 비롯해 사거리 83∼95㎞에 이르는 지대함 미사일도 NLL 북쪽 해안가에 다수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령도와 장산곶의 거리가 17㎞이고 사거리 12㎞의 해안포가 배치된 월내도까지는 12㎞에 불과해 마음만 먹으면 북한이 언제든 백령도를 타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우리군은 2010년 연평도 포격 이후 다연장 로켓, 신형 대포병레이더(ARTHUR), 코브라 공격헬기, K-10 탄약운반차량 등을 서북 도서에 배치했다.
앞서 북한은 이날 오전8시께 서남전선사령부 명의로 우리 해군 2함대사령부로 보낸 전화통지문에서 서해 NLL 인근 해상에서 사격훈련을 한다고 통보했다. 북한이 우리 측에 통보한 해상사격구역은 백령도 NLL 북쪽에서 연평도 북쪽 대수압도 인근까지 7개 구역으로 NLL 기준으로 우리 측 수역에 최대 0.9㎞까지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 5도 주민…불안에 떨어=북한이 31일 낮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사격훈련을 실시하자 연평도와 백령도 등 서해 5도 주민과 학생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인근 대피소로 긴급 이동하는 등 온종일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31일 인천시 옹진군에 따르면 해병대 백령·연평부대는 북한의 해상사격 훈련이 시작되자 이날 낮12시30분께 안내방송을 내보내 주민들을 대피소로 이동시켰다. 이날 오후1시30분 현재 주민 대부분은 해병대원과 면사무소 직원들의 통제에 따라 집 주변 대피소로 이동했으며 옹진군은 대피 인원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날 오후2시 현재까지 파악된 대피 인원은 백령도 3,000명, 대청도 790명, 연평 633명, 소청 86명 등이다.
서해 5도 지역 학생 500여명도 교사들의 안내에 따라 학교 내외부 대피소로 모두 이동했다. 김병문 연평 초중고교 교장은 "대피방송이 나오자 학생들이 비교적 차분하게 대피소로 이동했다"며 "오늘 아침 북한이 해안포를 쏠 경우 대피해야 한다는 사전 방송이 있어서 그런지 놀라는 학생은 없었다"고 말했다.
서해 5도 지역의 초·중·고교는 이날 비상 상황이 종료된 후 나머지 수업은 하지 않고 학생들을 귀가 조치했다. 백령도 주민 김상돈(58)씨는 "이달부터 꽃게잡이가 시작돼 조업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북한이 난데없이 사격훈련을 하는 바람에 조업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해군과 해경은 이날 오전10시께 서해상에서 조업 중인 어선에 복귀 명령을 내렸다. 이날 이른 오전부터 대·소청도 20척, 백령도 16척, 연평도 7척 등 서해 5도 일대 어장에 총 43척의 어선이 출항했다. 서해 5도 어선들은 우리 군의 복귀 명령에 따라 각 도서 항구로 되돌아오거나 인근 항구로 피항했다. 백령도와 연평도행 여객선 운항도 차질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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