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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제국이 400년에 걸쳐 영토를 확장했다면 몽골 제국은 25년 만에 로마제국 영토보다 더 넓은 지역을 지배했어요. 그것도 로마군의 1분의 10에 불과한 군대로 말이죠. 그러나 몽골제국에 대한 서양의 평가는 잔인하고 몰상식하고 비합리적이라는 관점이 지배적입니다. 서양 문화의 지배 아래 놓인 우리의 사고방식에도 스며들어 있지요.”
16일 숭문고 도서관에서 열린 고인돌 강좌 ‘미술로 읽는 세계사’를 맡은 박홍순(사진) 작가는 동양과 서양이 상대방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역사 속에 어떻게 기록되어있는지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 운영하고 KT가 후원하는 청소년과 시민들을 위한 고전인문 아카데미로 올해 3회째다.
그는 팔레스타인 출신의 세계적인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가 정의한 오리엔탈리즘으로 동양과 서양의 상호 간 문화적 편견과 선입견을 설명했다. 오리엔탈리즘이란 서양인이 느끼는 동양에 대한 대립적인 감각으로 오랜 시간 누적되어왔으며 집합적인 본질이라는 것. 그는 마테우스 메리안이 그린 ‘몽골군의 폴란드 침략(1930)’을 통해 몽골군에 대한 서양의 편견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설명해 나갔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몽골군은 서양인 시체의 귀를 자르고 있어요. 뒤에는 마을 전체가 화염에 휩쌓여 있죠. 이같은 그림을 통해 동양은 야만적이며 파괴적이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말하고 있어요.”
서양과 동양의 대립적인 편견은 오늘날 우리 사회문화 전반에도 깔려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례로 죄인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구금형과 신체형에도 동서양의 선입견이 작용하고 있다. 서양의 구금형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동양의 태형 등 신체형은 야만적이고 폭력적이라는 일방적인 판단이 지배적인 사고방식이라는 것. “싱가포르에서는 아직도 태형이 남아있어요. 서양인이 싱가포르에서 죄를 저지르면 태형이라는 처벌을 받기도 합니다. 서양인을 태형에 처하게 되면 서양의 언론은 대서특필하면서 이를 인권침해이자 야만적이라고 하죠. 신체형은 그렇다면 일방적인 인권침해일까요? 그렇지 않으면 문화적인 차이일까요?” 박 작가는 학생들의 대답을 듣고 그들의 의견에 대한 논리적인 비약과 취약점을 지적하면서 상황적인 판단을 위해서는 폭넓은 지식과 충분한 사고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동양과 서양의 대립적인 관념과 편견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는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근대 이후 서양의 세계지배로 인해 동양에 대한 편견은 중동의 분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역사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인문학 공부”라고 강조했다.
마포평생학습관의 지원으로 강의를 개설한 숭문고 강은희 사서교사는 “ 지난해 고인돌 강의에 학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지역의 공공도서관이 마련한 외부 강의로 학생들은 생각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가면 성인이 되어 판단의 능력이 커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3회째인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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