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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상장 가로막는 대기업 횡포
입력2011-12-27 17:53:59
수정
2011.12.27 17:53:59
"차라리 상장을 하지 않는 게 나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얼마 전 서울에 있는 한 중소기업 임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의아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증시 상장은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한편 낮은 비용으로 운용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임원 역시 상장으로 얻은 이득이 크다는 것은 인정했다. 그의 말에 담긴 속뜻은 상장으로 인해 거래 대기업의 단가 인하 압력이 더욱 극심해졌고 결국 영업이익률 감소와 이에 따른 주가 부진으로 연결됐다는 것. 그는 "올해 A대기업이 대외 악조건 속에서도 영업이익 얼마를 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씁쓸했다"며 "그 이익 가운데 일부는 중소기업 몫 아니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문득 그동안 만나온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이익률 부분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조심스러워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까지야 그저 '쉬쉬'하는 수준이라 생각했는데 상장을 후회할 정도로 단가 인하 압력이 거셌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중소기업 입장에서 느끼는 대기업의 횡포가 얼마나 무서운지 가늠할 수 있었다. 아울러 신규 상장기업이 상장 이듬해나 그 이후 상장 당시보다 영업이익률이 감소하며 '상장을 위한 실적 부풀리기'라는 비난을 받아왔는데, 여기에는 실제 부풀리기 외에 상장에 따른 기업 실적 공개와 이어지는 단가인하 압력이 수반됐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눔과 동반성장 등이 화두가 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동반성장위원회까지 출범시키고 이익공유제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등 정책 결과물을 내놓으며 상생의 분위기를 만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를 보면 중소기업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대기업과의 거래를 하면서 중소기업들은 약자로서 감내하고 참아야 할 부분들도 많고 깨뜨려야 할 불합리한 관행도 아직 많은 상황이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을 할 때 대기업 혼자서 모든 것을 하기는 힘들다. 이런 면에서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이 없으면 대기업도 없다'는 지적을 곰곰이 되새겨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기업의 기쁨이 숱한 중소기업의 눈물을 머금고 있을 때 이 같은 산업구조가 얼마나 오래갈지 진지한 고민을 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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