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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캐나다 여자월드컵 16강 신화를 쓴 여자축구 대표팀에 지난 1일 개막해 9일까지 진행되는 동아시안컵의 의미는 각별하다. 사상 첫 월드컵 16강이 행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할 무대이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월드컵 조별리그 첫 2경기에서 1무1패를 한 뒤 마지막 스페인전에서 2대1로 역전승해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다.
여자 대표팀이 월드컵 뒤 첫 국제대회에서 강호 중국을, 그것도 그들의 안방에서 꺾었다. 대표팀은 지난 1일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중국과의 1차전에서 1대0으로 이겼다. 지난 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린 4개국 친선대회에서 3대2로 이긴 데 이어 적지에서 중국에 2연승을 거둔 것이다.
중국 여자축구는 한때 미국과 최강을 다투는 위치에 있었다. 1996년 올림픽에서 준우승했고 1999년 월드컵에서도 2위를 했다. 지금은 전성기가 지나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랭킹 14위까지 떨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여자축구 강국 중 하나다.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서 8강에 올랐다.
한국(17위)과의 역대 전적에서 23승5무3패의 절대 우세를 지켜온 중국은 이번 대회에 캐나다 여자월드컵 멤버가 거의 그대로 나왔다. 반면 한국은 지소연(첼시 레이디스)과 박은선(대교)이 합류하지 못했다. 지소연은 소속팀 일정 때문에 차출이 불가능했고 러시아에서 최근 국내로 복귀한 박은선은 훈련 부족 등으로 함께하지 못했다. 5명의 새 얼굴이 포함된 대표팀은 조소현·전가을 등 일부 주전들도 컨디션이 나빠 중국전에 나서지 못했다. 대표팀은 그러나 전력 누수가 보이지 않는 중국을 몰아붙였다. 전반 슈팅 수에서 7대1로 크게 앞섰고 후반에는 골키퍼 김정미(현대제철)가 '슈퍼세이브'로 실점을 막았다. 저녁에도 30도를 넘는 무더위와 2만1,000여 중국 홈팬들의 일방적 응원도 이겨냈다.
전반 27분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 결승골을 터뜨린 원톱 정설빈(현대제철)은 지소연·박은선의 공백을 무색하게 했다. 캐나다 여자월드컵 총 출전시간이 50분에 불과했던 '넘버3' 공격수였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첫판부터 해결사로 떠올랐다. 윤덕여 대표팀 감독은 "여러 명이 컨디션 난조로 나오지 못했는데 새로운 선수들이 들어와서 잘한 것은 앞으로 우리 축구 발전의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일본(4위), 북한(8위) 등 여자축구 전통의 강호들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내친김에 우승에 도전한다. 4일 오후7시20분 여자 한일전이 예정돼 있다. 한국은 심서연·김정미 등이 1차전에서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2차전에도 정상 전력 가동이 힘들어 보이지만 다시 한 번 투혼을 발휘하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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