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지명에서 사퇴까지 14일
연유진기자·양철민기자economicus@sed.co.kr
연합 사진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던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지명 14일 만인 24일 결국 낙마했다.
지난 10일 청와대의 문 후보자 지명발표가 있었을 때만 해도 이번 인선은 ‘청문회 통과용’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이 자진사퇴를 한 뒤 국정경험이 전혀 없는 인물을 ‘깜짝 발탁’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하지만 지명 하루 만인 11일 문 후보자의 극우적 역사관이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냉각됐다. 지난 2011~2012년 문 후보자가 자신이 장로로 있는 교회 강연에서 “일본의 식민 지배는 하느님의 뜻”, “조선 민족의 상징은 게으른 것” 등의 발언을 했다는 동영상이 공개된 것이다.
이에 대응해 문 후보자는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였다. 동영상 공개 다음날인 12일 오전에는 “사과는 무슨…사과할 게 있나”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같은 날 저녁에는 인사청문회 준비단을 통해 “(해당 내용을 악의적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법적대응에 나서겠다”고 ‘정면 돌파’를 택했다.
그래도 여론이 나아지지 않자 15일에는 사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본의와 다르게 상처를 받으신 분이 계시다는 것을 알았다. 그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무대응→강경 대응→사과를 오가면서도 ‘청문회서 다 해명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문 후보자가 작심을 한 계기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태도가 돌아선 것이다. 17일 새누리당의 유력한 당대표 후보인 서청원 의원이 기자회견을 하고 18일 박근혜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순방에서 돌아오기 뒤로 임명동의안 재가를 결정하겠다고 하는 등 결단을 촉구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물론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는 요식행위마저 넘어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게 되자, 문 후보자는 출퇴근길에 연일 20여분씩 해명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여론 반전을 노렸다. 사퇴할 때 사퇴하더라도 ‘친일·반민족자’라는 오명만은 벗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문 후보자는 박 대통령이 지난 21일 귀국한 이후 이틀간 성남시 분당구 자택에 칩거하면 고심을 거듭했다. 23일 서울정부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며 “조용히 제 일을 하면서 기다리겠다”고 밝혀, 인사청문회까지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문 후보자는 24일 결국 자진사퇴를 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자신을 지명해 준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더 이상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과 청문회까지 가도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 시점에서 사퇴하는게 박대통령 돕는것”이라고 밝힌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고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