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위한 신규 '정비예정구역' 지정을 중단한다.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되면 주민들의 사업추진 의사와 상관없이 최대 4년간 건축 및 거래에 제한을 받아왔다. 시의 이번 신규구역지정 중단은 그동안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이 기존 구역해제 작업에 집중해왔던 것을 넘어 아예 주민 의사를 묻지 않은 무리한 구역지정 자체를 차단하는 2단계 출구전략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현재 마련하고 있는 2020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에서 정비예정구역 제도를 사실상 철폐할 방침이다. 진희선 서울시 건축정책관은 "정비예정구역 제도를 없애는 내용의 기본계획을 마련해 자치구들과 협의하고 있다"며 "이르면 오는 6월께 계획을 확정하고 주민공람 등의 절차를 거쳐 올해 안에 확정 고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3년 도입된 정비예정구역 제도는 '선계획 후개발'이라는 현재 정비사업의 기본원칙에 따라 만들어졌다. 지방자치단체는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을 통해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을 제외한 지역에서 정비사업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하게 된다.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되면 이후 주민들이 추진위원회를 꾸려 정비계획을 수립한 후 정식 정비구역으로 지정받아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하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침체로 서울 시내 뉴타운·재개발 사업이 좌초되거나 표류하면서 사실상 정비예정구역 지정의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상당수 정비예정구역이 주민 의사와 관계없이 지자체들의 일방적 결정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다 보니 증개축이나 거래 등 주민들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면철거 방식에서 보존형 개량 방식으로 정비사업의 중심점이 이동한 만큼 서울시의 이번 조치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비업계의 한 전문가는 "정비예정구역 지정은 선계획 후개발 원칙에 따라 만들어졌지만 취지와 달리 부작용이 더 컸다"며 "앞으로 본인들 의사와 상관없는 불필요한 건축제한이 사라진다면 가로주택 정비사업 같은 소규모 개량형 정비사업도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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