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언제까지 이통사들의 진흙탕 싸움을 봐야 하는가. 요즘도 전자상가 밀집지역에 가면 고가 스마트폰을 거의 공짜로 들고 올 수 있다. 이통사들이 경쟁사 가입자 빼오기 혈투를 벌이며 대당 20만~50만원씩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지난해 3ㆍ4분기에 지급한 마케팅 비용만도 2조831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로는 8조원을 넘어섰다는 추정도 있다.이쯤 되면 가입자를 돈으로 산다는 얘기가 결코 과장은 아니다.
반면 지난해 3ㆍ4분기 이통사들의 투자비는 1조7,790억원으로 마케팅 비용보다 15%나 적었다. 또 지난해 9월 말까지 실제 집행된 투자는 5조5,000억원으로 연간 목표 투자액의 67% 수준에 그쳤다. 투자가 LTE망 확대경쟁을 벌인 상반기에 집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투자보다 가입자 빼오기 경쟁에 치중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규제 불확실성과 수익성 불투명이 사업자의 투자의지를 약화시켜 투자감소로 이어지고 경쟁력 지속도 불투명해졌다"고 주장했다. 수긍하기 어려운 얘기다. 진짜 이유는 투자여력을 좀 먹는 보조금에 있다.
이통사도 기업이기에 수익을 올리려는 노력을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업의 투자능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과열 마케팅이라면 지적 받아 마땅하다. 지금은 갈수록 나빠지는 경기와 고용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할 때다. 그리고 그 해답은 투자확대에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4대 그룹도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올해 투자액을 100조원으로 늘리겠다고 하지 않는가. 공공재인 주파수로 먹고 사는 이통사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이통사도 이제 싸움보다는 투자확대에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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