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7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참여하기 위한 미국과의 사전협의에 돌입했다.
뒤늦게 TPP 협상에 끼어든 일본으로서는 미국은 반드시 설득해야 할 최대 관문이다. 미국이 자동차ㆍ농업 등 주요 분야에서 일본과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양국은 TPP 참여국 가운데 최대 경제국인 만큼 이번 사전협의 결과에 따라 앞으로 전개될 협상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총 9개국이 TPP 참여 의사를 밝혔고 이들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26조달러(전세계의 40%)에 달한다. TPP가 출범하면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블록으로 올라선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미국과 일본 양국의 국장급 통상관료들이 워싱턴에서 TPP 협상 참여를 위한 사전협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오는 21~22일에도 실무자급 협의를 벌일 예정이다. 일본은 9~10일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21~23일 호주ㆍ뉴질랜드와 각각 사전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사전협의 개시에 앞서 지난 6일 "모든 품목을 관세철폐 대상으로 검토한다"는 대응방침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는 TPP 협상에서 사전에 예외품목을 두지 않기로 한 만큼 일본 정부가 일단 전품목을 협상 대상으로 삼은 뒤 쌀 등 특정 품목은 추후 개별협상 과정에서 예외품목으로 인정받도록 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뒤늦게 TPP 협상 참여의사를 밝힌 일본은 기존 9개 참여국과의 사전협의를 거쳐 각국으로부터 협상 참가를 위한 승낙을 받아내야 한다. 따라서 우선은 모든 품목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아 협상 참가 자격을 얻은 뒤 본협상 과정에서 자국의 입장을 관철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전협의의 최대 난관은 미국이다. 미국의 자동차ㆍ보험ㆍ농축산물 업계가 일본의 TPP 협상 참여에 반기를 들고 있는데다 정부가 특정국과 통상교섭을 시작하려면 사전에 의회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만큼 버락 오바마 행정부 입장에서는 의회를 설득하기 위한 재료를 이번 사전협의에서 얻어가려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미국 통상대표부(USTR) 조사에 따르면 미국 업계의 90%는 일본의 TPP 협상 참여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자동차ㆍ농축산물ㆍ보험 등의 분야에서는 양국의 입장차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경우 관세ㆍ비관세 장벽 철폐와 미국차에 대한 수입목표 설정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내다봤다. 생명보험 업계는 일본 공기업인 일본우정이 운영하는 생보사의 특혜 철폐를, 농축산물 업계는 쌀시장 개방과 쇠고기 수입규제 철폐를 각각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의 노다 정권은 자동차와 보험시장 개방 등 민감한 사안은 다자 간 TPP 협상에서 분리해 미국과 양자 간 협상으로 풀어간다는 방침 아래 TPP 협상 참가 여부를 4월로 예정된 노다 오시히코 총리의 미국 방문 전에 결정지을 계획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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