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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패트리어트 개량에 나섰습니다. 고가의 무기체계인 패트리어트를 개량하는 이유는 탄도탄을 요격하기 위함입니다. 독일이 보유했던 잉여장비(중고)를 도입해 실전 배치한 패트리어트 체계는 PAC-2 인데요. 항공기는 거의 백발백중이지만 완전 격파가 어려웠던 탄도탄에 대한 대응능력을 갖추게 되는 셈입니다.
탄도탄을 요격할 수 있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PAC-3입니다. 정리하자면 기존의 PAC-2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PAC-3를 일부 도입해 혼합 운용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PAC-2와 PAC-3의 차이점을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PAC-3는 비쌉니다. 위키피디아 영문판에는 600만 달러로 나와 있습니다. PAC-2는 200만~300만 달러로 알려져 있으나 중고탄은 이보다 가격이 낮은 게 보통입니다.
PAC-3가 비싸기에 더 높고 빠르다고 여기실 줄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습니다. 크기도 작습니다. PAC-2는 발사통 하나에 한 발씩 수납되는데 반해 PAC-3는 똑같은 크기의 발사통 하나에 4발이 들어갑니다. 당연히 작죠. PAC-3는 사정거리도 20㎞ 정도입니다. PAC-2의 150㎞보다 훨씬 짧아도 결정적인 장점이 있습니다. 펀치력이 강력합니다. 목표물의 지근 거리에 도달해 폭발을 일으켜 파편을 분산시키는 PAC-2와 달리 PAC-3는 직접 목표물을 가격합니다. 직격방식(Hit to Kill)이 어떤 장점을 갖느냐는 걸프전의 교훈이 대신 말해줍니다.
지난 1991년 1차 걸프전 당시 이라크는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미사일 42발을 발사했는데요. 전세계 이슬람 국가들의 공적인 이스라엘을 가격해 이슬람권의 지지를 얻고 전쟁을 유리하게 끌어가려는 속셈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PAC-2가 97%에 이르는 명중률로 탄도탄을 막아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42발 중 41발을 명중시켰다는 PAC-2의 제작사 미국 레이시온의 주장에 반론이 많았습니다. 미국 육군은 목표물의 40~70%만 요격했다고 평가했고요, 민간 군사전문가들은 10~25%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평가가 이토록 다른 이유는 두 가지 때문입니다. 첫째 한 발의 탄도탄을 잡기 위해 PAC-2 네 발이 발사되는 경우가 있었다면 명중률을 25%로 보느냐, 100%로 보느냐로 판단이 갈라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보다 근본적으로 파편식 PAC-2의 탄두 파괴력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마하 5가 넘는 고속으로 날라 오는 탄도탄을 파편으로 맞춰도 그 운동 에너지로 아군 진영이나 민간인이 밀집한 도시로 탄도탄의 본체와 파편이 떨어져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라면 명중시켰을지언정 격추 성공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죠. 다시 말하면 PAC-2가 갖는 파편식 탄두의 한계로 인해 명중률과 요격성공률간 차이가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걸프전의 전훈은 성능 개량으로 이어져 직접가격식인 신형 패트리어트 미사일(PAC-3)이 등장합니다. 3차원의 공간에서 초고속으로 내려꽂히는 탄도탄을 단 한 점의 목표로 삼아 마하 4 이상의 속도를 내는 PAC-3로 요격에 성공하려면 시간과 공간에 대한 고도의 수학(적분의 심프슨 공식일 겁니다)뿐 아니라 추진연료와 비행체(PAC-3)의 안정성 등에 대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게 다 돈입니다. 포착에서 발사, 요격까지 불과 십 수 초 동안의 승부를 위해 거액을 투자하는 것인데요. 비싸도 도시집중도와 인구밀집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유사시 민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무기체계입니다.
고액에 대한 부담은 비단 우리뿐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패트리어트 포대를 PAC-2와 PAC-3로 혼합 운용하는 이유 역시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혹자는 1조3,800억원(이번 개량계획의 사업비입니다)을 들여 PAC-3를 도입할 요량이면서도 독일이 운용하던 PAC-2를 1조1,000억원으로 사들였던 것은 예산 낭비라고 지적합니다만 설득력이 떨어지는 의견입니다. 미국이나 이스라엘, 일본 등의 혼합배치를 우리도 시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접근하게 된 것이지 낭비는 아니라고 봅니다.(독일서 패트리어트를 들여오면서 덤도 얻었습니다. 독일 공군이 도태시켰으나 예비잉여부품으로 보유하던 F-4F/RF-4E 부품 110종 9,600만불 어치를 우대가격으로 수입해 공군의 팬텀기 부품 수급에 큰 도움이 된 적이 있습니다.)
패트리어트 개량사업은 단순히 새로운 미사일인 PAC-3를 구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패트리어트 포대를 운용하려면 각각 대형트럭에 탑재된 통제센터와 레이더 시스템, 통신시스템, 발전시스템과 발사관이 필요합니다. 군은 PAC-3 신규 구매와 함께 신형 레이더 도입, 신형 사격통제 센터 구축 등을 이번 개량사업에 포함시켜 놓고 있습니다. 특히 레이더는 고성능으로 이름 높은 기종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PAC-3 미사일보다도 예산이 더 많이 책정된 것으로 알려질 만큼 통제센터와 레이더는 패트리어트 체계 운용의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도입수량은 얼마나 될까. 보안상 구체적으로 숫자를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미 알려진 대로 2개 패트리어트 대대가 PAC-2와 PAC-3를 혼합 운용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한다는 점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보안에 걸리지도 않고 이미 공개된 외국의 편제에 미뤄 짐작은 가능합니다. 미국의 경우 1개 패트리어트 대대는 4개 포대로 구성됩니다만 2~3포대로 이뤄진 대대를 운영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미국의 1개 패트리어트 포대에는 8개(독일은 6개)의 발사 차량이 있는데요, 포대 전체가 발사관 하나에 4발이 수납되는 PAC-3로 구성된다면(이런 구성은 실제로 없습니다. 항공기 요격에 쓰기는 너무 고가이기 때문입니다. 항공기는 PAC-2로도 충분히 요격할 수 있습니다) 1개 포대는 128발이 구비합니다. PAC-2만 구성된 포대는 32발을 갖게 됩니다.
미국은 1개 포대 가운데 6대의 발사차량을 PAC-2로, 나머지 2대는 PAC-3로 운영합니다. 차량 한대에 발사통이 4개씩 탑재(4연장 발사통)되니 포대는 PAC-2 24발과 PAC-3 32발로 구성되는 것입니다. 독일은 이보다 규모가 적습니다. 우리나라의 편제는 미국식과 독일식 편제를 조금씩 섞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식 편제로 가려고 하겠죠. 군의 PAC-3 초기 도입물량은 예비탄 도입을 감안해도 100발 이하로 결정될 것입니다.
탄도탄 요격 능력을 확보할 수 있게 돼 다행스럽지만 아쉬움도 남습니다. 국산 철매 2 미사일의 기술 발전이 보다 빠르게 진전됐다면 탄도탄 요격도 우리 기술로 가능했을지 모릅니다. 지난해 가을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는 핵심 부품의 조달이 차질을 빚어 패트리어트 포대 가동이 중단됐었다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심한 경우는 국내 재고 부족으로 미국에서 수리한 뒤 재가동하는 데 132일이 소요된 적도 있었습니다. 단종 관리는 물론이거니와 국산 무기체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사례입니다. PAC-3와 PAC-2를 혼합 운용하는 이스라엘은 2015년부터 PAC-3를 후선으로 돌리고 미국 레이시온사와 공동 개발하는 ‘David‘s Sling(다윗의 돌팔매)’을 선보인다고 합니다. 우리가 방위산업의 최첨단을 달리는 이스라엘에 버금가는 기술 수준을 당장 갖출 수는 없겠지만 의지와 노력만큼은 절실합니다. 일본이 자랑하는 고속철도 신칸센은 전후 미국의 F-86F 세이버 전투기를 면허 생산하면서 국산 전투기 개발기술을 축적하려는 과정에서 관련 기술이 파생됐습니다. 우리도 PAC-3 도입과 혼합운용으로 얻어질 통제와 레이더 기술을 흡수해 국방투자와 방위산업, 일반산업 기술이 다 함께 발전하기를 바랍니다./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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