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00만 감염… 소름 돋는 공포 덮쳤다
재난 영화=흥행 불패 왜?■ 영화 '연가시' 벌써 400만 관객 감염오감 만족 관객들 극적 상황 체험한 후 안도감 느껴 긴장 완화 스트레스 해소 도움여름철 집중 개봉 자율 신경계 활성화로 시원한 느낌 배가 시켜
송대웅 의학전문기자 sdw@sed.co.kr
'감염재난'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표방한 한국 영화 '연가시'가 400만 관객 돌파를 앞두며 연일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스파이더맨 등의 외국산 블록버스터와 경쟁 속에 이뤄진 것이라 극장가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사람들은 왜 이리 재난 영화에 열광하는 것이고 재난 영화는 꼭 여름철에 개봉을 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극적인 체험 후의 안도감'을 재난 영화의 인기 요인으로 꼽는다.
한창수 고려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재난을 겪는 화면 속 배우들과 함께 뛰고 마음 졸이면서 신경계가 활성화돼 아드레날린ㆍ코티졸 등의 각종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며 "이후 상황이 정리되면 안도감을 느끼고 긴장이 이완되면서 편안함 속에서 스트레스가 자연스럽게 해소된다"고 설명했다.
박진영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재난 영화를 보면서 통제되는 안전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상대적인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영화 속 등장인물들과 자신을 동일화하면서 현실 속에서 안고 가는 각종 스트레스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연가시가 이전 재난 영화들이 주로 쓰나미 등 자연재해를 소재로 한 것과 달리 인체 내 감염을 소재로 했다는 점도 인기 몰이의 한 요인이다. 신종플루 등의 각종 감염병을 겪어본 사람들이 많은 만큼 재난의 요인이 좀 더 현실적이라 감정 이입이 용이했다는 것이다.
김원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많은 현대인들은 자신이 혹시 어떤 병에 걸리지 않았을까 하며 작게든 크게든 걱정을 하면서 살아간다"며 "따라서 감염재난 영화는 감정이입을 용이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난 영화의 개봉 시기도 중요하다. 지난 2009년 인기를 모았던 쓰나미 소재의 재난영화인 '해운대'도 여름철인 7월에 개봉해 흥행에 성공했다.
김 교수는 "무더운 여름철 재난이나 공포 영화는 자율 신경계의 활성을 유도해 시원한 느낌을 줄 수 있다"며 "긴장과 흥분을 담당하는 자율신경계가 활성화되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땀 분비가 많아지는데 땀이 식으면서 몸의 열을 빼앗아가 시원한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난 영화 관람을 주의해야 할 대상도 있다. 남들보다 긴장을 많이 하고 쉽게 흥분하는 사람, 불안증 경험이 있는 사람과 임산부의 경우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경험할 수 있는 만큼 재난 영화를 삼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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