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위원장은 전날 두 차례 지역구 당협 관계자와 접촉한 데 이어 이날 국회에서 이종진 당협 수석부위원장 등 지역구 관계자 6명을 황우여 원내대표ㆍ권영세 사무총장과 함께 만나 지역구 불출마 여부를 최종 논의했다. 친박계 내부에서 지난해부터 지역구 불출마를 제안했지만 박 위원장은 지역구를 버릴 수 없다며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비대위원장을 맡은 이후 결심을 굳혀갔다는 데 주변의 전언이다. 대권주자인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전날 기부재단 구성을 공식화하고 정치 참여 의사를 밝히는 등 주변 상황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박 위원장의 행보에 속도를 내게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역구 관계자들은 박 위원장이 비례대표 1번에 출마해야 한다는 뜻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아쉽고 섭섭하지만 큰 일 할 수 있도록 보내드리고 전국을 다니면서 새누리당의 국회의원이 당선될 수 있도록 뛸 수 있게 해드리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비례대표는 꼭 하셔서 지역 현안을 챙겨 주시길 바란다. 우리가 빈손으로 돌아가서는 지역 주민에 할 말이 없다”고 촉구했다.
친박계 의원들도 비례대표 출마가 나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비례대표는 사퇴해도 다음 번호가 승계 받으니 보궐선거를 새로 치르지 않아도 되고 당의 의석수가 줄어들지 않는다. 현실적으로도 4월 총선 직후 대선 경선을 할 때 현역 의원이어야 당내 의원을 접촉하기도 쉽다”면서 “비례대표 순번은 당 공천위원이 필요에 따라 정하겠지만 당선권 비례대표여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 눈물이 없던 박 위원장도 지역구 불출마 결심 과정에서는 눈물을 흘렸다. 한 관계자가 황 원내대표와 권 사무총장을 향해 “왜 어려운 일 있을 때만 대표님을 찾느냐. 당에서 인간적으로 박 위원장님을 대우해 달라”고 질타하면서 눈물을 흘리자 박 위원장도 휴지로 닦을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한편 새누리당은 오는 4ㆍ11 총선에서 서울 강남갑ㆍ을, 서초갑ㆍ을, 송파갑ㆍ을, 양천갑, 경기 분당갑ㆍ을 등 총 9곳을 비례대표 공천배제 지역으로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에 ‘의견’으로 전달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의 대표적 텃밭을 비워 새 인물을 수혈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또 다른 텃밭인 영남권은 비례대표 공천배제 지역에서 일단 제외해 절반의 개혁이라는 쓴소리가나온다. 비대위가 이날 5선 의원을 지낸 현경대 전 의원과 재선 출신인 홍문종 전 의원에 대한 재입당 승인안을 의결한 것도 인적 쇄신의 역행이라는 비판이 많다. 비대위 회의에서 다수의 비대위원은 반대했으나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이들이 복당에 실패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당에 타격이 된다는 지적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전해졌다. 공천 탈락시에는 무소속 출마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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