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복지공약 이행을 위한 증세의 물꼬를 튼 것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예산안 처리를 위한 절충의 산물이기는 하나 여야는 하루 만에 국민 세부담을 급격히 늘려버렸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현행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확대했고 법인세 최저한세율 역시 14%에서 16%로 인상했다. 여야 합의안은 당초 정부안보다 한층 강화된 것이다. 앞서 여야는 개인사업자의 최저한세율을 35%에서 45%로 올리고 근로자 소득공제 한도도 연간 2,500만원으로 제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복지증세의 경우 이번이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이행에는 해마다 27조원의 재원이 소요된다. 기초노령연금을 공약대로 2배 인상한다면 최소 6조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4대 중증질환 100% 국가부담 공약이 실현된다면 보수적으로 잡아도 1조5,000억원의 재원이 든다.
박 당선인은 공약이행 재원을 세출 구조조정과 세율인상 없는 증세로 각각 60%(16조원)와 40%(11조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시급성이 떨어지거나 불필요한 예산을 줄여 공약재원 태반을 조달하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더러 설령 그렇게 하더라도 10조원이 넘는 재원을 마련하려면 추가 증세가 불가피하다. 이번 증세방안으로 늘어나는 세수는 1조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비과세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이른바 '박근혜식 증세' 방안으로는 5조원 이상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공약을 수정하면 모를까 국민 세부담은 어떤 형태로든 더 늘어나게 돼 있다.
경제가 어려울 때 증세는 가급적 삼가는 것이 기본이다. 소비와 투자심리에 치명타를 가해 내수활성화에 독약이 되는 탓이다. 저성장 고착 조짐이 뚜렷한 지금의 우리 경제여건으로는 증세를 감당하기 어렵다. 복지증세에 앞서 공약 거품을 걷어내고 복지전달 체계의 누수부터 살피는 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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