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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3년 4개월만에 정규 3집 앨범 '사람의 마음'으로 돌아왔다. 왜 '사람의 마음'이냐는 질문에 장기하는 "곡을 모아놓고 보니 사람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더라. 지고지순한 마음, 기쁜 마음, 참담한 마음, 지친 마음...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마음들이 곡마다 한 가지씩 담겨 있다. 음악을 듣고, '이런 생각은 나만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위안을 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 앨범에 관한 궁금한 몇 가지를 들었다.
■새 앨범이 나오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이유는.
=시트콤이나 무한도전 가요제 등에 참여하며 늦어진 측면도 있지만, 우리가 이 13곡을 원하는 사운드로 만들기 위해 해보고 싶은 시도들을 다 해본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녹음 장소를 바꿔보기도 하고 마스터 엔지니어를 다른 사람으로 써봤다. 각 곡당 최소 2~3가지 버전이 나왔고 30곡 넘게 녹음한 정도의 시간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 버전과 CD 버전이 트랙리스트 순서도 다르고 곡도 CD 버전에 한 곡 더 많다. 음원 판매 방식에 대한 불만이냐.
=온라인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과 CD로 듣는 사람의 자세나 방식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니깐 그 방식을 맞춰줘야 하는 게 아닌가 했다. '사람의 마음'이란 곡이 결국 이 음반의 주제곡인데 온라인 이용자들은 잘 기다리지 않으니 가장 처음에 배치했고, CD를 산 분들은 일단 한번은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니 좀 뒤쪽에 배치했다. CD에 한 곡 더 추가한 것은, 아직도 CD를 살 정도의 성의를 보여주시는 분들에게 안부 한마디라도 더 묻고 싶었던 것으로 이해해 달라.
■3집 앨범이 기존 앨범과 다른 점은.
(장기하) 로큰롤의 기본에 충실한 음악을 하려고 했다. 복잡하고 응용적인 사운드보다 좀 더 간결하고 강력한 로큰롤이다. 또 노래의 음높이가 약간씩 높아졌는데 내가 공연을 많이 하다보니 흥이 많아져서 좀 크게 부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반영된 것 같다. 또 2집 활동 후 라디오 DJ와 연기를 했는데 다양한 말하기 방식을 연습한 계기가 된 것 같다. 노래 표정이 다양해졌다는 생각을 좀 했다.
(하세가와) 밴드 멤버 모두가 아이디어를 더 많이 냈다. 과거 장기하라는 리더의 색이 더 강했다면 이번에는 정말 밴드가 됐다는 느낌. 또 6명으로 멤버가 늘었지만 소리를 풍성하게 키우기보다 덜어내는데 공을 들였다. 소리가 하나하나 잘 들리고 질감이 살아 있으려면 비어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조심스레 접근했고 꽤 잘 된 것 같아 뿌듯하다.
(정중엽) 1·2집 활동 당시에는 기하씨가 블러의 팬이어서 베이스 라인도 복잡하게 만드는걸 좋아했는데 3집부터 갑자기 오아시스 팬을 선언하며 사운드의 단순화를 추구하더라.
■사람의 심장을 혈관까지 자세히 묘사한 이미지를 앨범 커버로 했다. 의미는.
=1집 때부터 같은 디자이너와 작업을 하는데 전적으로 맡기는 편이다. 나도 마음에 들었는데, 통상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상징으로써 심장은 추상화된 하트인 경우가 많지 않나. 하지만 그건 몸과 마음을 분리한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 이미지는 그야말로 인간의 장기고 몸이다. 사람의 마음과 몸의 경계가 없어졌다는 느낌이 굉장히 좋았다.
■송골매, 산울림 등 1970년대 록을 재해석하는 것이 장얼의 특징이었는데 요즘에는 한국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옛 음악을 하려는 시도들이 엿보인다. 이유가 뭘까.
=일단은 우리도 그들도 좋아서 하는 거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우리 세대가 음악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세대는 아닌 것 같다. 좋게 얘기하면 우리가 정말 음악의 로망으로 삼는 시기의 음악들을 본받으려는 노력이고, 나쁘게 말하면 새로운 게 나오지 않는 시대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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