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나눔을 실천하면 행복은 다른 사람으로 전달됩니다. 넥타이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나눌 수 있다는 믿음으로 창업했어요."
권금영(22·사진) 그림타이 대표는 한 섬유회사가 디자이너로 채용하겠다는 제안도 뿌리치고 청년창업자의 길을 선택했다. 동덕여대 디지털공예과(2학년)를 휴학 중인 그가 대학생들이 그토록 원하는 취업도 마다한 것은 중고교 시절부터 봉사활동을 하면서 머릿속에서 그린 '행복의 순환'을 실현해보겠다는 욕심 때문이다. 지난 5월 세운 예비 사회적기업 그림타이는 수제 넥타이를 만들어 생긴 수익금으로 저소득층 아동들을 돕고 그림교실도 운영할 수 있는 든든한 밑천이다.
그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돈을 벌지 못하는 사회적기업을 창업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 모두가 말렸지만 자신의 전공을 살려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자신감 하나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림타이는 주문고객이 그린 그림과 글을 받아 반복적인 패턴으로 넥타이에 인쇄해 판매한다. 권 대표와 동업자 디자이너가 함께 섬유 디자인을 담당하고 협력사의 인쇄과정을 거쳐 완성하는 온라인 판매방식이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아빠가 매는 넥타이에 새겨보자는 사업구상은 대학생활 중 수도권지역 보육원에서 봉사하면서 아이들이 예쁜 디자인에 흥미를 느끼는 모습을 보고 착안했다. 그는 "비욘드더마인드 같은 대학생 재능기부 단체 단원으로 여러 보육원에서 미술·체육 등 준비된 프로그램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도와주고는 했다"며 "당시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지난해 여성벤처협회의 창업경진대회에서 입상해 받은 지원금으로 창업했다. 창업 후 소비자나 기업체들로부터 약 200건 정도 주문을 받았다. 권 대표는 매출이 너무 적다며 공개는 꺼렸지만 '행복을 만드는 효과'는 자신 있게 소개했다. 그는 "원래 아이들을 둔 20~30대 가정을 타깃으로 했지만 마음을 전하는 선물용도로 인지도가 높아졌다"며 "한 20대 여성이 평소에 거의 대화가 없었던 아버지에게 선물하자 아버지가 자고 있던 어머니까지 깨워 자랑했다거나 넥타이 선물로 아버지와 10년 만에 손을 잡았다는 훈훈한 사연들도 있다"고 전했다.
타이 제작이 복잡한 공정인 탓에 밤을 새우기 일쑤지만 권 대표는 주말마다 서울 옥수 지역 보육원, 경기 광명 주민센터 등을 돌며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미술교육·상담을 이어가고 있다. 기저귀방뎅이 등 기업들이 만든 교육과정에 참여해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하는데 그에게는 든든한 지원군도 있다. 친고모인 유명 그림책 작가 권문희씨다. 권 대표는 지난달에도 옥수 지역 보육원에서 권 작가와 함께 아이들과 같이 그림교육을 하고 동화도 읽어줬다.
올 5월에는 세월호 희생자를 돕기 위한 이벤트 수익금 전부를 주문자 이름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그림타이는 최근에서야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을 받았다. 권 대표는 "창업을 준비한 지난 1년3개월여 동안 전국의 넥타이 직조, 인쇄 공장들을 뒤지다시피 했지만 소량생산 방식 탓에 줄줄이 퇴짜를 맞았다"며 "창업을 생각한다면 혹독한 실패를 이겨낸다는 각오로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가을 서울 강동권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 계획이다. 일제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돕는 위한 가방 브랜드 '희움'과 손잡고 전국적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위안부 할머니 그림대회를 열고 넥타이 판매 수익금으로 할머니들을 돕기 위해서다.
권 대표는 "사회적기업이 비전문적이거나 제품가격이 비쌀 것이라는 편견들이 많지만 앞으로 사회적기업이라는 간판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을 키우면서 저소득층 아이들을 돕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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