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새로운 지도자인 김정은 제1위원장이 최근 벌어진 권력투쟁 과정에서 리영호로 대표되는 군부의 힘을 약화시키는 대신 당에서 성장한 민간 출신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최룡해 총정치국장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관측이다. 동시에 김 제1위원장이 '자기 색깔 드러내기'를 가속화한 것으로 아버지 김정일 시대에 막강했던 군부를 견제하는 동시에 군에 대한 당의 지도ㆍ장악력을 강화하기 위한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북한 군 최고의 실세를 해임함으로써 누구라도 허튼 생각을 하면 이렇게 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는 김정은의 군 길들이기"라고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리영호의 실각은 김정은 정권이 경제에 집중하는 동시에 군 지도부를 재편하는 조치의 일환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은 지난 4월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 군 경력이 없는 최룡해 당시 당 비서를 총정치국장에 앉혔는데 이와 비슷한 맥락이라는 것이다. 특히 올해 초 북한 군에서 처형된 군 장성이 '두자릿수'에 이른다는 '숙청설'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인 만큼 리 총참모장 해임은 군부 인사쇄신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군단장ㆍ사단장급까지 대대적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도 이번 사태를 "평범하지는 않은 상황"으로 판단해 권력 암투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주시하고 있다. 매우 이례적으로 당 중앙위 정치국 회의 결정 하루 만에 전격 공개한 점 때문이다. 정보 당국자도 "좀 더 살펴봐야 하지만 리영호가 당 직위뿐 아니라 군 총참모장 자리에서도 해임됐는지 여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만약 군 총참모장 자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되면 당은 최룡해 당 정치국 상무위원 등이 전담하고 리영호는 군부만 책임지는 역할분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에서 군대는 군사훈련뿐 아니라 주택건설 등 민생경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리영호가 이 역할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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