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목회원 23명과 함께 이번 주말 서해 섬 여행을 계획한 이원일(56)씨. 이맘때쯤 억새가 장관을 이루는 굴업도에 관광객이 몰릴 것에 대비해 한달 전 예약을 마쳤다. 옹진군에서 서해안 섬 여행을 늘리기 위해 뱃삯의 절반을 지원한다고 말을 듣고 이 씨는 배표 예약과 동시에 결제까지 마쳤다. 하지만 들떴던 마음은 지난 19일 여객선 업체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이후 불쾌감으로 바뀌었다. “옹진군에서 예산이 모두 소진됐다며 더 이상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해와 나머지 여객 운임을 모두 치러야 배를 타실 수 있다”고 알려 온 것. 이 씨는 “출발을 불과 4일 남겨놓고 이 같은 통보를 받아 황당하다” 면서 “옹진군의 허술한 대책이 관광객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 옹진군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올해 1월부터 이달까지 10개월간 한시적으로 시행한 ‘여객운임 지원 사업’이 예산이 소진돼 중단되자 섬을 찾는 관광객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등 파문이 고조되고 있다. 옹진군은 지난해 3월 26일 천암함 폭침사건과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서해 5도서 등 인천 앞바다를 찾는 관광객수가 줄어들자 10억원의 긴급예산을 편성해 섬 방문객들의 뱃삯을 최대 80%까지 지원하는 ‘옹진섬 나들이 사업’을 추진해 왔다. 지원 범위는 인천시민의 경우 뱃 값의 30%를 지원했다. 옹진군 섬을 찾은 인천시민들은 올해 1월부터 종전 50%의 할인율에다 옹진군이 예산을 추가로 마련해 30%를 더 지원해 줘 결국 뱃삯의 20%만 내고 섬을 찾을 수가 있었다. 올 8월부터는 인천시민이 아닌 외지인으로까지 지원 대상이 확대돼, 뱃삯의 50%를 옹진군 예산으로 지원해 왔다. 옹진군은 당초 11월 말까지는 뱃삯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예산이 생각보다 빠르게 소진되는 바람에 21일 이후 섬을 찾는 이용객들에게는 뱃삯 지원이 불가능하게 됐다. 실제 올해 들어 지난 9월말 현재 옹진군 관내 섬을 찾은 관광객수는 모두 25만8,929명으로 집계 됐다. 하지만 옹진군의 뱃삯 지원 사업이 예기치 않게 일찍 중단되면서, 이 씨처럼 혜택을 받지 못해 쓴 웃음을 짓는 관광객들이 급증하고 있다. 인천항여객터미널은 섬나들이 사업을 신청했지만 혜택을 받지 못한 관광객들이 수백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객선사에는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일찌감치 신청했는데도 뱃삯 지원을 못 받는 고객이 이번 주 토요일 하루에만 100여명이 넘는다”며 “불만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옹진군은 사업 시행 과정에서 신청 절차 일부를 변경하는 바람에 혼선이 생겼다고 해명했다. 매일 신청자 현황을 체크했지만, 선사가 여러 곳이라 완벽하게 확인하기가 힘들었고 선사와 연계된 여행사를 통한 모집도 있어 신청자가 예산 범위를 초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산이 없어 더 이상의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재덕 옹진군 기획관리실장은 “이처럼 많은 관광객이 몰린 것은 옹진군이 안전하다는 것이 입증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라면서 “군 형편상 추가로 예산을 편성하기는 곤란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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