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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1월 11일] 한미 FTA와 전기차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는 산업의 그린화와 경쟁력 강화를 바탕으로 2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5년간 수출을 2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실업률는 9.6%에 달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 창출에 실패했다. 그 결과 미국 중간선거에서 오바마 정부는 패배하고 말았다. 결국 패인 중 하나는 그린정책의 단기적 성과실패라는 점이다. 전기車가 친환경車 표준으로 그러면 앞으로 미국의 그린정책은 어디로 갈 것인가.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오바마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자동차산업의 그린화를 외쳐왔고 이는 미국 그린정책의 핵심 중 하나였다. 향후 과제는 미국의 자존심인 자동차산업이 그린카 개발의 성공을 통해 부활, 고용창출과 해외수출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린카의 세계화 성공 여부는 오바마 정부의 재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이슈가 될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해온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면서 한미 FTA 비준에 대한 한국 측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타결이 임박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왜 미국은 특별히 자동차 분야에 대한 협상수정에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일까. 한국 측의 반응은 단순하게 시장경쟁력이 없는 미국 기업들의 별것 아닌 트집 잡기쯤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한 이슈가 아니다. 미국의 그린정책과 무역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봐야 한다. 자동차산업의 와해성기술(disruptive technology)의 등장을 앞두고 있고 와해성기술의 세계시장표준화 전쟁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그린정책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와해성기술은 기존 산업의 주력기술을 무력화해 업계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산업의 진화를 불연속적으로 만드는 근본적인 변화의 기술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미 FTA와 자동차산업을 보는 고도를 높여야 한다. 태산에 오르면 천하가 보이고 동산에 오르면 마을이 보인다. 그린화라는 자동차 와해성기술의 경쟁과정을 살펴보자. 자동차산업의 그린화는 언뜻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를 두고 개별 기업들이 경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친환경차란 국가의 인프라를 바꾸는 작업이다. 마차가 달리기 위해서는 마구간이라는 인프라가 필요하지만 전기차가 달리기 위해서는 전기충전소가 필요하다. 마구간이 있는 곳에 마차가 달리고 충전소가 있는 곳에서 전기차가 달리게 될 것이다. 결국 자동차산업의 그린화 방향은 정부의 의지에 따라 진행될 수밖에 없다. 또한 정부의 안전규제ㆍ환경규제는 바로 자동차업체가 반드시 따라야만 한다는 점에서 자동차산업은 규제산업이다. 정부의 인프라 의지가 바로 신기술의 미래개발방향이 되며 정부의 친환경차 인센티브제도는 친환경차의 상업화 속도와 직결된다. 이런 점에서 한미 FTA의 자동차산업대책은 개별기업차원이 아닌 그린카의 미래생태계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핵심은 한국의 자동차산업정책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 미국의 그린카정책은 한국 정부의 친환경차의 지원방향 결정에도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순망치한의 핵심이슈는 친환경차의 시장 표준화 경쟁이다. 즉 '하이브리드' '전기차' 중 어느 쪽으로 표준화될 것이냐 하는 것이다. 그린부품모듈 공급 업체 키워야 기술의 성숙도면에서는 하이브리드차가 앞서지만 비즈니스모델이 되기 어려운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하이브리드차에 동참해 일본의 기술에 종속되는 전략적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점에서 하이브리드차는 세계시장의 표준이 되기 어렵다. 역사적으로도 와해기술의 성패는 기술의 성숙도가 아닌 시장 표준화에 따라 결정됐다. 친환경차의 표준화 전쟁은 전기차로 귀착될 것으로 필자는 판단하고 있다. 만일 표준화되지 못하는 기술에 매진한 경우 기존 기업들은 와해될 수밖에 없다. 지난 1890년 당시 미국에는 1만3,000여개의 역마차업체가 있었다. 대부분은 자동차산업으로의 전환에 실패했다. 당시 이들은 역마차의 시대가 계속 될 것이라는 전제에서 1950년에 뉴욕에만 600만마리의 말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1950년에는 말과 마차가 사라지고 말았다. 소니의 베타기술과 마쓰시타의 VHS기술도 그랬다. 이처럼 미국의 그린화정책과 한미 FTA는 시장개방의 의미를 넘어서서 미래차 표준화라는 커다란 과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것은 애플형 자동차산업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애플형 열린 그린차 플랫폼에 우리의 그린부품모듈을 공급하는 부품업체들을 키워나가야 하는 생태계적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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