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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31일 오후9시(현지시간) 미국 상하 양원 합동회의 국정연설에서 오는 2025년까지 중동으로부터의 석유 수입을 현재의 4분의1 수준으로 줄이고 친환경 대체에너지 개발을 확대하는 등 에너지 정책의 전면 수정을 선언했다. 또 중국과 인도의 급성장에 대한 경계심을 표현하고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금감면을 제의했다. 또 대외적으로는 전세계에서의 독재 종식을 주장한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악의 축’이라는 표현 대신 ‘자유를 필요로 하는 국가(require their freedom)’로 완화했다. ◇대체에너지 개발 주력=부시 대통령은 이날 국정연설에서 미국의 석유의존도가 너무 높다며 이를 친환경 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석유에 중독돼 있다”며 “이러한 중독을 깨뜨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기술”이라고 말했다. 특히 “2025년까지 중동으로부터의 석유 수입량의 75% 이상을 대체하고 에너지부의 청정에너지 연구예산을 2007년에 22% 증액할 것”이라고 말해 앞으로 미국이 친환경 대체에너지 개발에 주력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현재 미국이 석유수출국기구(OPEC)로부터 수입하는 석유 규모는 지난해 11월 말 현재 월 1억6,000만배럴로 총 수입량의 약 38% 수준이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의 공언대로라면 2025년에 미국의 OPEC 석유 수입의존도는 10% 미만으로 떨어지게 된다. 부시 대통령이 이처럼 석유 의존도 감소를 주장하고 나선 것은 최근 이란의 핵 문제 등 중동정세가 갈수록 불안해지는 가운데 석유자원 확보 비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제 문제와 관련, 부시 대통령은 “미국경제는 훌륭하다(pre-eminent)”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중국과 인도처럼 새로운 라이벌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만족할 수 없다”고 말해 이들 신흥강국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또 세금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인들은 일시적인 것 이상의 것을 필요로 한다”며 “따라서 의회에 책임 있는 행동을 하고 세금을 영속적으로 줄일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자유 없는 나라’…전세계 폭정 종식시킬 것”=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 가운데 대외정책의 기본원칙에는 변화가 없다. 단 북한에 대한 표현 변화는 눈여겨볼 만하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시리아ㆍ미얀마ㆍ짐바브웨ㆍ이란 등과 함께 ‘자유를 필요로 하는 국가’로 지목했다. 그는 “현재 전세계의 대부분이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지만 그렇지 않는 나머지 국가에 대해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악의 축’ ‘무법정권’ ‘가장 위험한 정권’ 등과 비교할 때 상당히 누그러진 표현이다. 6자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연설의 상당 부분을 중동 문제에 할애하면서 “미국은 전세계 폭정 종식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핵문제로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이란에 대해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의 테러리스트들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 정권”이라며 “이런 행위는 종식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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