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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김승영 두산 베어스 사장

"선수·구단·팬 '소통 3박자' 갖춰 명문팀으로 부활시킬 것"<br>야구단서 20여년 근무한 '야구광' 구단 실무자로 시작 사장까지 올라<br>선수에 기술적 부분은 언급 안해 구단과 현장간섭 마찰 없게 노력<br>눈높이 맞춘 마케팅으로 女心공략 3년 연속 홈 100만 관중 넘었죠



지난해 8월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김승영(54ㆍ사진) 사장. 그는 지난 1991년 과장으로 야구단에 입사해 단장을 거쳐 사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프로야구의 경우 거의 모든 구단의 모기업이 대기업이라 구단 사장은 그룹에서 내려오는 이른바 '낙하산'이 많은 게 보통. 당연히 전문성을 요구하기 어려웠고 성적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어렵지 않게 목격돼왔다. 구단 실무자로 출발해 사장까지 오른 이는 프로야구 30년 사상 김 사장이 유일하다.

프로야구단의 사장은 존경 받기 힘든 자리다. 구단직원들에게 신경 쓰다 보면 선수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선수들에게 치중하면 또 구단직원들이 홀대 받는다고 느낀다. 우승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지향하지만 너무도 다른 성격의 두 곳을 동시에 만족시키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런 면에서 김 사장은 보기 드문 최고경영자(CEO)다. 취임시 구단직원들과 선수단의 반응은 "믿고 모실 만한 분"으로 모아졌다.

9일 두산의 홈구장인 잠실야구장 구단사무실에서 만난 김 사장은 '덕망이 자자하시다'는 인사에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그저 야구를 정말로 좋아한다는 것뿐이에요. 그러다 보니 야구선수를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우리 팀 선수들을 챙기게 되는 건 당연한 것이죠. 아들 같기도 하고 조카 같기도 하고…."

김 사장은 어린 시절 고교야구와 실업야구를 보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운 '베이스볼 키드' 출신이다. 유남호 전 KIA 감독이 에이스로 활약했던 선린상고(현 선린인터넷고)를 응원하러 동대문야구장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하지만 꿈처럼 그라운드를 누비지는 못했다. "집안에서 반대했어요. 다니던 학교에 야구부도 없었고…. 당시 상업은행ㆍ제일은행 같은 팀들이 있는 실업야구가 인기였는데 그래서 은행에 취직하면 야구 관련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도 했었죠." 김 사장은 당시의 바람대로 야구 관련 일을 20년 넘게 계속하고 있다. 1984년 들어간 첫 직장은 광고회사 오리콤. 7년 뒤 경력직 과장으로 OB 베어스(현 두산)와 인연을 맺은 그는 마케팅 팀장, 관리팀장 등을 거쳐 7년간 단장을 지낸 후 사장으로서 맞는 사실상 첫 시즌의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박정원(두산건설 회장) 구단주가 김 사장을 신임한 것도 야구단 내에서 자라고 '숙성'된 인사라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김 사장은 선수들을 대할 때 반드시 지키는 자신만의 룰이 있다. 기술적인 부분은 절대 입 밖에 내지 않는 것. 김 사장은 "아무리 지나가는 말이라도 '너 요즘 타격이 어떻더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얘기는 감성적인 부분들이 전부다"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부상당한 선수를 기억해뒀다가 며칠 뒤 부상 입은 곳은 나아졌는지 물어보거나 "야구장에 온 여자친구 봤는데 예쁘더라" "야구 잘하니까 팬들도 많아졌더라. 좋겠다"라고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씩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다. 물론 '시나리오' 대로 정해놓고 의무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 20년 넘게 선수들을 지근거리에서 접하며 쌓아온 애정의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프로야구단에서 일어나는 문제들 가운데 제일 난처한 게 구단과 선수단의 마찰이라는 점에서 김 사장의 룰은 무척이나 현명해 보인다. 선수나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구단 측이 경기적인 측면을 놓고 요구를 할 경우 현장간섭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역대로 화려한 선수 구성으로도 성적 부진을 면치 못하는 팀을 들여다보면 구단 측의 지나친 현장간섭이 화근이 된 경우가 많았다. "보통의 기업은 내가 열심히 하면 성과가 직접적으로 나타나지만 야구단에서는 안 그래요.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선수단과 융화가 안되면 결과가 불확실하죠."

김 사장은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팀을 인기 있는 명문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그 과정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관건인데 선수와 구단ㆍ팬이라는 3개의 카테고리가 신뢰를 바탕으로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야구단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점 덕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야구단에 몸담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본보기가 돼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팬으로서 야구를 보는 것과 실무직원으로서 야구를 보는 것은 정말 극과 극이다. 구단직원은 야구가 생업이라 스트레스가 막중한데 가급적이면 스트레스를 덜 주겠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단장 시절부터 직원들과 정기적으로 영화를 보거나 공연을 관람하면서 눈높이를 맞춰왔다.

두산은 팬들과의 눈높이가 수평인 구단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톡톡 튀는 마케팅을 앞세워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한 시즌 홈경기 100만관중을 돌파했다. 지난 시즌 홈 관중은 125만여명. 롯데(135만)에 이어 8개 구단 중 흥행 2위였다. 지난해 프로야구가 사상 최초로 600만관중을 돌파한 데는 여성 관중의 폭발적인 증가가 핵심역할을 했는데 두산은 일찌감치 2009년부터 여성 관중을 타깃으로 활발한 마케팅을 펼쳐왔다. 매월 특정일에 여성팬들에게 입장권 할인혜택을 주고 선수들과 어우러질 수 있는 참여마당을 여는 '퀸스 데이'를 지정, 야구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두산은 지난해 경기장을 찾은 여성팬이 전체 홈 관중의 40%를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 사장은 "그동안 괜찮은 성적을 내온 것도 그렇고 유니폼ㆍ마스코트 디자인이나 여성 중심의 이벤트들이 여성팬들에게 어필한 것 같다. 올 시즌 관중목표는 130만명으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2010년 3월 국내 스포츠구단 최초로 스마트폰용 구단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은 것도 두산이었다.

올 시즌 김 사장의 바람은 당연히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 시즌 내내 우승을 향해 순항한다면야 130만 관중목표는 자연스럽게 초과달성 할 수 있다. 김 사장은 우승을 위해 넘어야 할 올 시즌 라이벌 구단을 꼽아달라는 요청에 "모든 구단이 라이벌"이라는 어찌 보면 재미없는 '정답'을 말했다. 하지만 근거는 뚜렷했다. "LG와는 전통적인 잠실 라이벌이죠. 또 우리 팀 김진욱 감독님은 선동열 KIA 감독과 현역시절 팽팽한 맞대결을 펼쳤습니다. 그런 면에서 감독끼리의 라이벌 의식이 있을 거예요. 이런 식으로 모든 팀들과 라이벌 관계를 만들어서 싸워야죠. 만만하게 볼 팀은 한 팀도 없습니다."




● 김승영 사장은


▦1958년 서울 ▦1977 동국대부속고 ▦1984년 경희대 조경학과학사 ▦1984년 오리콤 입사 ▦1989년 서강대 경영학석사 ▦1991년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 입사 ▦2004년 두산 베어스 단장 ▦2011년 두산 베어스 대표이사 사장







'화수분 야구'에 과감한 투자로 V4 정조준


■ 金사장 체제 두산 첫 출항

야구팬들이 두산 베어스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뚝심'이다. 지난 1982년 프로야구 초대 챔피언에 오른 두산(당시 OB 베어스)은 지난 1995년과 2001년에도 우승을 차지했는데 특히 1995년의 '기적'은 지금도 회자된다. 당시도 OB 시절이었는데 막판 6경기차를 뒤집고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더니 롯데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2승3패로 몰렸다가 6ㆍ7차전 연승으로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두산은 2001년 이후 10년간 우승이 없지만 오히려 이 기간 '영원한 강팀'이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지난해 5위에 그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게 2006년 이후 5년 만일 정도로 거의 매년 상위권에서 순위싸움을 벌였다.

2000년대 중반 이후의 두산을 튼튼하게 만든 게 '화수분(貨水盆) 야구'로 불리는 백업 육성이었다면 김승영 사장 체제의 두산은 여기에 과감한 투자를 덧입히고 있다. 두산은 지난해 15승을 올린 특급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와 재계약했고 메이저리그 명문 뉴욕 양키스에서 계투진으로 활약했던 스콧 프록터를 데려왔다. 과거 용병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두산은 이름값 있는 용병을 확보한데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소속팀 선수들을 모두 잔류시키면서 11년 만의 우승을 벼르고 있다. 신임 김진욱 감독과 일본인인 이토 쓰토무 수석코치의 조합도 기대가 되는 부분. 이토 수석코치는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스에서 감독까지 지낸 인물이다.

김 사장은 "2군 코치로 있던 김진욱 감독님의 경우 5년이라는 세월을 함께하며 신뢰를 쌓았다. 선수들 사이에 신망이 두텁고 현장 팀장들한테 신임 감독 후보를 적어내라고 했을 때도 김 감독님의 표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래서 더욱 신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토 수석의 경우는 두산 베어스의 야구가 그동안 '세기' 면에서 약한 부분이 있었는데 선수뿐 아니라 코치들도 유능한 이토 수석의 경험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3년째를 맞은 박정원 구단주께서 전폭적인 지원은 물론 선수들이 원정경기를 가면 1인1실을 쓰는지, 음식은 어떤 것을 챙겨먹는지 등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신다"면서 "그룹의 지원은 당연히 행복하지만 한편으로는 책임감이 무겁다. 팬들이 실망하지 않는 경기를 보여드리는 게 두산 야구단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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