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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현대차그룹의 4년 그리고 미래

한동수 산업부기자 bestg@sed.co.kr

한동수 산업부기자

지난 2000년 6월2일 기아자동차는 긴급 이사회를 소집했다. 전날 열렸던 현대자동차 긴급 이사회에 이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재신임을 결의하기 위한 자리였고 정 회장이 현대그룹으로부터 뛰쳐나와 현대차그룹의 독립을 선포하는 순간이었다. 당시 현대차그룹의 미래에 대해 밝은 전망을 자신 있게 내놓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후 현대자동차는 기아자동차와 나란히 성장을 거듭, 지금은 글로벌 톱5를 노리는 자리에까지 올랐다. 주변의 우려를 불식하고 성공궤도에 올라선 것이다. 현대ㆍ기아차의 자동차 생산량은 99년 말 190만대에서 2003년에는 270만대까지 늘어났다. 올 4월 미국의 한 자동차 품질 전문평가기관에서는 현대차의 뉴EF쏘나타를 중형차 부문 품질 1위로 선정했다. 미국ㆍ중국ㆍ인도ㆍ유럽은 이제 현대차그룹의 수출지역이 아닌 생산기지로 변모했다. 정확하게 4년이 지난 2004년 6월2일. 정 회장은 현대차와 기아차 임직원들 앞에서 그동안의 노력을 평가하고 노고를 치하했다. 정 회장의 연설이 단지 성공을 자축하는 내용만 담았다면 별 주목을 끌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 회장은 허를 찔렀다. “우리의 앞날이 결코 밝지만은 않다”고 역설하고 직원들에게 위기의식 고취와 의식개혁ㆍ체질개선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벌총수가 스스로 ‘위기’라고 밝히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써 그만큼 우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물론 현대자동차가 위기에 처해 있는 상태는 아니며 정 회장도 그런 의미로 말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듯이 더욱더 잘하자는 취지였을 것이다. ‘위기’라고 스스로 말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얼마든지 타개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뜻을 담았다고 할 수 있다. 정 회장의 ‘위기경영’ 선언은 다가올 위기를 직시하고 미리 대비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신뢰감을 준다. 위기를 애써 외면하고 이를 지적하는 사람들을 힐난하는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미리 대비한다면 극복해나갈 수 있다. 위기는 위기인 줄 모르고 지나칠 때 현실로 드러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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