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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마리앙투아네트'

새로운 캐릭터 '신선' 과한 역사각색 '불편'

부조리 맞서는 빈민가 여인 등장… 이미 알려진 소재에 극적 긴장감

혁명 주역인 시민을 폭도로 묘사… 주인공 미화 위한 해석 낯설어


화려한 궁전의 주인에서 단두대의 죄인으로 추락한 여인이 있다. 비운의 프랑스 여왕 마리 앙투아네트. 그녀의 굴곡 진 인생은 역사와 다양한 예술 장르를 통해 이미 대중에게 알려진 소재다. 지난 1일 개막한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익숙한, 그래서 예상 가능했던 그 이야기와는 분명 달랐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가 비슷한 줄거리의 다른 작품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재미있게도 주인공 마리가 아닌 마그리드라는 캐릭터의 등장이다. 가상의 인물 마그리드는 사회 부조리에 저항하는 빈민가의 여인이다. 정의를 외치면서도 마리를 질투하고 때론 자기 잇속을 꾀하는 그녀는 현실적인 인간상을 그려낸다. 의지를 실천으로 옮기는 빈민가의 여왕과 나약한 프랑스의 여왕. 마그리드가 주연을 압도하는 게 아니라 극적으로 드러낸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이유다. 마그리드를 연기하는 윤공주는 마리를 향한 적대와 연민을 오가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두 여인이 충돌하며 '증오 가득한 눈'을 부를 땐 뮤지컬 레베카의 발코니 신(댄버스 부인과 '나'가 대치하는 장면)이 떠오를 만큼 분위기만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다만 마리와 마그리드의 관계를 암시하는 '시청률의 제왕' 급 사연은 사족 그 자체다.

신선함으로 보기엔 너무 나아간 역사 해석은 아쉽다. 프랑스 대혁명의 주역인 시민들은 극에서 왕실의 부정과 사치에 분노한 민중이 아닌, 야욕가 오를레앙 공작의 조종을 받아 거짓을 퍼뜨리는 우둔한 무리요 돈에 휘둘려 궁과 감옥을 습격하는 폭도로 그려진다. 주인공을 미화하기 위한 연출이겠지만 예상, 아니 기록을 무시한 해석은 낯설다 못해 불편하다.



화려한 의상부터 40곡이 넘는 넘버, 객석을 향해 비스듬히 기운 360도 회전무대까지.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다만 무대 전환이 잦은 데다 기울기가 만들어 낸 틈으로 지지 구조물이 드러나 극 초반 몰입을 방해한다.

러닝타임은 3시간. 많은 에피소드를 나열하기보단 '목걸이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집약적으로 전개해 오히려 지루함은 없다. 내년 2월 1일까지 샤롯데시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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