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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밀라노 엑스포 단상(斷想)-김재홍 KOTRA 사장


사장님 언론사 대외용 사진


엑스포를 참관하기 위해 방문한 밀라노는 화려하고 자유분방했다. 방금 패션 화보에서 걸어 나온 듯한 멋쟁이들로 거리가 붐볐다. 명품(名品)의 대명사로 불리면서 세계 패션을 이끌어가는 작지만 강한 기업들도 즐비하다. 이들처럼 우리도 글로벌 전문기업을 많이 육성해 경제가 튼튼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2015 밀라노 엑스포는 '지구 식량공급, 생명의 에너지'라는 주제 아래 자연·환경·식량의 지속 가능한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145개 국가관을 모두 둘러볼 수는 없어 주최 측이 추천하는 몇 곳을 관람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한국관은 톱10에 들 정도로 많은 관람객들이 붐비는 곳이다. 전통 도자기의 하나로 젓갈이나 장을 담아두는 달항아리를 본뜬 외관은 슬로푸드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외관과 달리 내부는 첨단 기법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로봇을 활용한 대형 스크린 2개가 춤추듯 움직이면서 자연과 조화로운 음식의 중요성을 연출하는가 하면 수많은 옹기 위에 첨단 정보기술(IT)로 펼쳐 보이는 영상들은 절로 저장과 발효의 미학에 빠져들게 했다.

그런데 한식을 시식해보는 공간으로 끝나는 한국관은 어딘지 모르게 아쉬움을 남겼다. 뛰어난 IT기법 덕분에 눈요깃거리는 많은 반면 한식이라는 주제에 한정되다 보니 좀 단조롭다는 느낌이 들었다. 음식 이외에 식자재·농기계·재배기법 등과 연계되는 산업화에 대한 고민도 다소 아쉬웠다.



이런 아쉬움은 독일관과 이스라엘관을 관람하면서 해소됐다. 독일관은 물·땅·공기로 주제를 나눠 독일 특유의 첨단기술을 결합해 분야별로 미래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었다. 환경과 먹거리 문제를 미래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이를 산업 분야와 자연스럽게 연관지어 보여주고 있었다. 반으로 접히는 하드보드지를 태블릿 PC처럼 이용해 전시 정보를 얻도록 하는 방식은 단연 압권일 정도로 첨단 기술력이 돋보였고 꿀벌을 등장시켜 전달하는 생태학적 메시지는 여운이 오래 남았다.

이스라엘관도 척박한 환경을 극복해내는 과학의 힘과 이를 산업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밀·옥수수 등이 심어져 있는 수직형 밭은 단순한 시각적 효과를 넘어 매우 혁신적이어서 많은 영감을 주었다. 또한 바위땅의 개간, 종자의 품질개선, 새로운 관개기법 등은 악조건을 극복하면서 생명을 가꿔가는 위대한 도전으로 다가왔다.

엑스포의 기원은 2,500년 전 페르시아 제국 시기의 '부(富)의 전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근대적 의미의 엑스포도 맥락이 비슷하다. 인류 문명의 발전을 촉진하는 역할이 그것이다. 1876년 필라델피아 박람회에는 전화기가, 1904년 세인트루이스 박람회에는 비행기가 각각 처음 등장했다. 밀라노 엑스포를 계기로 우리 역시 고유의 자연·음식·문화를 첨단기술과 접목해 업그레이드된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지혜를 모으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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