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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6월 17일] 교과서 수정 유감
입력2010-06-16 18:26:21
수정
2010.06.16 18:26:21
'중소기업 경영자 A씨는 열심히 물건을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했다. 하지만 물품대금을 제때 받지 못했다. A씨의 기업은 항상 자금사정이 어려웠다.(C 출판사 중학교 3학년 사회 교과서)'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학생들에게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 기업관을 심어주는 교과서 내용을 전면 수정ㆍ보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내놓은 사례다.
교과부는 저작자와 출판사도 문제가 된 대목을 긍정적으로 바꿔 기술하는 데 동의한 만큼 최대한 빨리 수정ㆍ보완 작업을 마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저자는 수정을 잘할 수 있을까. 수정하기로 동의는 했다지만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수정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물품대금을 제때 받는 중소기업은 드물다. 중소기업이 물품대금을 어음으로 받는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몇몇 대기업이 현금 결제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세는 아니다. 원자재는 현금으로 사고 납품대금은 어음으로 받으니 자금사정이 어려울 것은 당연하다.
보완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압력이다. 원자재 값은 지난 몇 년 동안 고공행진을 했다. 납품단가는 오르지 않았다. 중소기업은 1년에도 몇 차례씩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를 받는다. 보완을 한다면 '물품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데다 대기업의 요구로 납품단가를 인하하다 보니 자금사정이 어렵다'가 적절해 보인다.
교과부가 갑자기 교과서 수정에 나선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개정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김기현 한나라당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을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중소기업에 대해 이런 식으로 표현돼 있다면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서술돼 있는 게 잘못됐다고 판단한 것 같다. 잘못된 판단이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중소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실상이다. 실상을 제대로 알아야 문제점을 수정ㆍ보완해 속이 긍정적이고 그래서 이미지도 긍정적인 중소기업을 만들 것 아닌가.
교과부의 재고를 요청한다. 수정ㆍ보완에 동의했다는 저자도 다시 검토하기를 바란다. 몇 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전화 한 통화 해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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