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타네르 이을드즈 터키 에너지장관은 터키 소마에 위치한 탄광 폭발로 사고 이튿날인 이날까지 사망자가 274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사고 직후 구출한 생존자 외에 본격적인 구조활동이 시작된 이날 새벽부터 추가로 구조된 생존자는 없다. 대신 사망자들만 들것에 실려 나오자 현장을 지키던 가족과 동료들은 슬픔에 빠졌다고 CNN은 전했다. 터키 정부는 아직 최소 120여명이 갱도 안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구조작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가운데 정부의 안전불감증과 안일한 인식은 반정부시위에 기름을 끼얹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14일 현장방문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탄광업의 특성상 사고는 일어나게 마련"이라며 "영국에서 1866년 361명, 프랑스에서는 1906년 1,099명의 광부가 탄광에서 죽었다"고 말했다. CNN은 "에르도안 총리가 100년도 더 지난 과거의 대형 참사를 일일이 열거하며 변명을 늘어놓자 터키 국민들은 더 큰 분노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게다가 이날 흑해 연안의 종굴다크에서 다른 탄광이 무너져 내려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열악한 광산 안전 문제가 또다시 부각됐다.
터키 전역에서는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확산됐다. 소마에서는 유가족과 시위대가 에르도안 총리 기자회견장 주변에서 '살인자'라는 극언과 야유를 퍼붓고 차를 가로막아 총리가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수도 앙카라에서는 학생들이 정부청사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으며 일부 시민들은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스탄불에서도 수천명의 시민들이 몰려나와 '에르도안 퇴진'을 외쳤으며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맞서 시위대와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이런 가운데 터키 최대 노동조합 단체인 공공노조연맹(KESK)은 이번 탄광사고 참사에 항의하기 위해 15일 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밝혀 정국긴장의 파고가 증폭될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번 사고가 오는 8월로 예정된 대통령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유력 후보로 꼽히는 에르도안 총리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게 됐다. 사고발생 2주 전 야당이 요구한 소마 탄광의 안전조사를 여당이 거부한 사실이 알려지고 에르도안 총리의 광산업계 유착 의혹까지 제기됐다. AP통신은 "에르도안 총리는 사고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완전히 감을 잃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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