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당선인과 야당 지도부와의 회동 시기는 여야 간 오는 14일로 잠정 합의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당선인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 전에 야당 지도부와 회동, 법안 설명과 원만한 통과를 요청하는 자리를 가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내부에서 논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당선 20일 만인 지난 2008년 1월8일 국회를 방문해 국회의장단을 비롯해 주요 정당 원내대표단과 잇따라 회동을 갖고 정부조직법안 통과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었다. 이에 비해 박 당선인의 국회 방문과 야당 지도부와의 회동은 거의 한 달 이상이나 늦어진 셈이다.
박 당선인의 조용한 정권인수 방침과 아울러 김용준 총리 후보자의 낙마 사태가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박 당선인은 당선 이후 최소한의 공식 일정만 소화하면서 총리 및 장관 인선에 몰두해왔는데 김 총리 후보자의 사퇴로 '검증 강화' 압박을 받고 있는 처지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하는 상황에서 야당 지도부와의 회동은 그리 시급하지 않은 사안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야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의제 선정 등 사전 조율 과정에서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여기에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을 놓고 야당과 충분히 절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부처 폐지를 둘러싸고 격렬하게 부딪혔던 이명박 정부 출범 때와 달리 업무∙기능 조정 정도의 이견이어서 굳이 박 당선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새누리당 원내지도부 선에서 야당을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9일 민주통합당의 문희상 비대위원장 선출로 야당의 카운트파트가 확정됐음에도 한 달 가까이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소통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여당 의원들과 각 지역 선대위 관계자들과 잇따라 만남을 가지면서 야당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박 당선인 측의 한 관계자는 "야당을 '국정의 소중한 파트너'로 지칭한 박 당선인이 왜 야당을 만날 의향이 없겠는가"라며 "당연히 만날 생각을 하고 있지만 지금은 새 정부 인선 문제로 엄두를 못 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대선 패배 후 진로 설정을 놓고 갑론을박 중인 야당의 당내 상황도 배려한 것이라는 게 박 당선인 측의 설명이다. 박 당선인이 설 연휴 후 이달 중순께 야당 인사들을 만날 경우 총리 임명동의 등 조각(組閣) 인사청문회를 앞둔 협조 요청의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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