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정부는 디플레이션 걱정은 말라고 한다. 되레 실물경제 회복세가 점차 강화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된다는 논평까지 내놓았다. 하기야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이달에도 2.1%를 지켜내긴 했다. 2월 광공업 생산이 전월 대비 2.6% 증가하고 소매판매와 설비투자 증가율이 2.8%와 3.6%에 달하는 등 경제지표에도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그래도 낙관은 금물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만 봐도 전년보다 0.3%포인트 떨어져 안심할 상황이 아니지 않은가. 최근의 지표호전 또한 설 연휴에 자극받은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
특히 한은 총재 2년차를 맞은 이 총재는 세 차례의 금리 인하에도 물가하락을 막지 못한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통화정책을 주도한 지난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2.8%에서 2.5%로, 소비자심리지수가 108에서 101로, 기업경기실사지수가 81에서 77로 내려앉은 것은 스스로 곱씹어야 할 부분이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소통부족'과 '신뢰상실'이라는 쓴소리를 귀담아듣고 남은 임기 3년을 위한 묘약으로 삼는 지혜도 이 총재에게 필요하다.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기획재정부와 새누리당의 '입조심'이다. 권력자의 섣부른 간섭으로 통화정책의 중립성이 의심받게 된다면 이 총재에 대한 믿음은 물론 디플레이션 위험을 함께 극복해야 할 모든 경제주체 간의 신뢰까지 해치는 반갑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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