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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입주·이주 물량으로 본 서울 전세시장

새집 부족한데 정비사업 이주민 봇물 … 전세난 엎친데 덮쳐


규제완화에 올 50곳 정비사업 3만4112가구 분양 역대 최대

입주는 2만3061가구 그쳐

강남·관악 등 뺀 19곳 자치구 입주보다 이주물량 더 많아

수급 불일치로 가격 더 오를듯

지난 2008년 하반기 서울 잠실에서 5,678가구의 '엘스' 아파트와 6,864가구의 '파크리오' 아파트가 연달아 입주를 시작하자 인근에 2006년 입주했던 '레이크펠리스' 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의 전셋값은 5,000만원가량이나 급락했다. 한 지역에 1만가구가 넘는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인근 전세가격을 급격히 끌어내린 것. 입주 초기 낮았던 전세가격이 한번의 재계약을 거치면서 훌쩍 오르는 것과는 전혀 상반된 결과였다. 이 같은 역전세난에 당시 레이크펠리스 아파트 주인들은 때아닌 급전을 마련하느라 곤욕을 치렀다.

반면 5억원가량의 이주비를 손에 쥔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차와 잠원동 잠원대림아파트 1,427가구의 이주가 시작된 지난해 인근 새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난해 8월 입주를 시작한 동작구 상도동 '엠코타운 애스턴파크' 아파트 84㎡의 경우 초기에 3억6,000만원 하던 전세가격이 11월 5억3,000만원까지 뛰었다. 반년이 채 되지 않아 1억7,000만원이 오른 것. 지난해 초 4억원선이던 흑석동 '한강 푸르지오' 아파트 1층 84㎡도 올 1월 5억3,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이주비를 손에 쥔 정비사업 이주민들이 전셋값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과거 사례처럼 재건축 등으로 이주를 앞둔 아파트 가구 수와 새로 지어진 아파트 입주물량에 큰 차이가 나면 전셋값은 요동친다. 반면 절묘하게 맞아떨어질 경우 전세값은 안정세를 보인다. 문제는 새 아파트와 헌 아파트의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아파트는 착공부터 준공까지 통상 2~3년이 소요된다. 여기에 구역지정부터 입주까지 평균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리는 정비사업까지 겹치면 특정 지역의 입주 아파트 물량과 분양을 앞둬 이주가 불가피한 가구 수를 적정한 선에서 맞추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정비사업지 주민들의 이주는 새로운 전세수요 창출로 전셋값을 밀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올해 어느 정도의 입주 아파트가 예정돼 있고 분양을 앞둔 헌 아파트에서 떠나야 하는 가구 수를 따져보면 그 지역의 전세 기상도를 그려볼 수 있다. 전셋값의 고공행진이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봄 이사철, 이 방법으로 올해 서울의 전세시장을 전망해봤다.



◇올해 입주물량 지난해 수준=2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강남·서초 보금자리, 마곡지구 등의 공공물량을 제외하면 서울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2만3,061가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저 수준이던 2012년 1만9,027가구, 지난해 2만2,638가구와 비교해도 그리 나아지지 않는 수준이다. 금융위기 이후 4년간 정비사업을 통해 서울에 공급되는 새 아파트가 연평균 3만9,542가구에 달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입주물량 하나만 놓고도 올해 전세가격이 또 오를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예측이 가능하다.

실제로 아파트 입주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반 토막으로 내려앉은 2012년을 지나 정비사업 불황의 골이 깊어 공급이 크게 늘지 않았던 2013년 사이 서울시 전세가율은 무려 12%포인트가 올라 지난해는 처음으로 60%를 돌파했다.

◇서울 19개 자치구 이주가구 많아=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입주물량이 정비사업 분양물량을 앞지르는 곳은 강남·강서·관악·구로·동대문·마포구 등 6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19개 자치구는 올해 정비사업으로 발생하는 이주수요가 올해 입주물량을 앞지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새 아파트 입주가 아예 없는 자치구도 10곳에 달한다. 특히 서대문·성북·은평· 종로구 등 전세가격이 이미 높은 수준인 자치구들의 경우 입주물량은 전무한 데 반해 이주수요는 2,000가구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돼 올해도 전세가격이 급등할 공산이 큰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올 들어 지금까지 서울 전셋값이 벌써 1.49%나 올라 물가상승률보다 더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본격 이사철인 3~4월에 공급량도 적지만 그 이후에도 입주물량이 많지 않아 상반기까지도 전세가격을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정비사업 속도 낸다=아울러 우려되는 점은 새 아파트의 공급부족으로 전세물건이 여전히 품귀현상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서울시의 각 정비사업들이 속도를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재개발과 재건축 등 정비사업지들의 진행속도가 빨라지면 집을 비우고 떠나야 하는 이주물량이 당초 예상보다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에서 분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정비사업 구역은 모두 50곳이다. 분양 예상 가구 수만 3만4,112가구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던 지난해 2만4,060가구를 훌쩍 넘어선 수준이다. 통상 정비사업에서는 분양 이전에 이주가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양 예상물량을 통해 대략적인 이주수요를 추정해볼 수 있다. 입주물량이 크게 늘지 않는 와중에 정비사업의 이주수요가 대폭 늘어나면 전셋값은 자연히 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정비사업의 경우 막대한 이주비를 들고 전세시장에 나서기 때문에 다른 수요에 비해 전셋값 급등에 끼치는 영향은 더욱 크다. 정비업계의 한 전문가는 "정비사업 이주민들은 충분한 목돈을 들고 당분간 거처할 전셋집을 찾는다는 측면에서 전체 입주량보다 이주수요가 적다고 해도 전세가격을 끌어올리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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