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 4월11일, 백악관. 트루먼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미국과 유엔의 방침을 따르지 않은 맥아더 사령관을 해임합니다.’ ‘강을 건널 때는 말을 바꾸지 않는다’는 전통이 유달리 강한 미국의 대통령이 한국전쟁의 와중에서 왜 장수를 내쳤을까. 공식 이유는 견해차. 중국에 원자폭탄 30여개를 투하하고 일본군을 한국전선에 투입하자는 맥아더 원수의 강경론이 잇따라 튀어나오자 트루먼은 전격해임 결정을 내렸다. 해임 직후 잠재적 대선주자로서 맥아더의 인기에 대한 견제설이 나돌았지만 그뿐일까. 최근 흥미로운 자료가 하나 나왔다. 모건의 배후설이다. 모건하우스 회장이던 러셀 레핑웰이 트루먼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의 한 대목. ‘비참한 4억 중국인을 상대로 전쟁을 벌여서는 안 된다. 중국인은 군벌과 정부, 일본의 점령 때문에 고생했다…(중략)…우리는 중국인을 죽여야 할 사명을 갖고 있지 않다. 중국과 전쟁을 한다면 미국과 유럽에서 무방비에 빠질 것이다.’ 국제관계위원장직도 맡고 있던 레핑웰의 편지 발송일은 1950년 11월27일. 맥아더가 ‘중공의 개입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호언장담하던 무렵이다. 얼마 후 중공군이 국경을 넘고 미 해병대가 장전호 전투에서 대패하자 트루먼은 맥아더의 상황판단 능력을 의심하기에 이른다. 반대로 모건그룹에 대한 신뢰는 깊어졌다. 레핑웰은 확전시 이익 감소를 우려해 이런 서신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임이라는 결과는 편지의 취지와 똑같다. 과연 모건그룹은 맥아더 해임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별도의 연구가 필요한 대목이다. 보다 관심이 가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미국에는 정치권과 월가ㆍ산업계간 다중 채널의 의사전달 통로가 수시로 가동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어떤가. 민관이 서로 불신한다고 말하면 지나칠까.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