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라디오 드라마에 푹 빠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홍순칠 대장을 비롯한 33인의 독도의용수비대가 독도를 침범하는 일본 경비정과 교전을 해가며 마침내 독도를 사수하는 짜릿한 스토리였다.
국회의원 당선 첫해, 독도를 가면서 필자는 울릉도에서 독도의용수비대원들과의 면담이 가능한지를 타진했다. 열 분 내외의 수비대원들이 울릉도에 생존해 계셨고 그 분들께 어떤 보상이나 지원도 없이 방치돼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실 우리가 독도를 실효적 지배를 하면서 일본이 뭐라 하든 느긋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독도의용수비대의 희생과 활약 덕분이다.
필자는 생존 수비대원 면담을 계기로 33인의 독도수비대원을 위한 '독도의용수비대 지원 특별법'을 여야의원 34인과 함께 대표 발의해 통과시켰다. 단 33인만을 위한 특별법의 제정은 이례적이었지만 필자가 국회의원으로서 큰 보람으로 여기는 일 중 하나다.
독도의용수비대지원법이 본회의에서 통과된 날 사무실에 작지만 예쁜 화분 하나가 놓여 있었다. 어린 시절 김좌진 선생만큼이나 멋지게 여겨졌던 홍순칠 대장 모녀가 감사의 말과 함께 남기고 간 것이었다.
올해 광복절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독도가 더 크게 이슈화됐다. 사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김대중 정부시절, 필자가 국정상황실장 재임시 김 대통령께 독도 방문을 직접 건의한 경험도 있다. 노무현 정부에도 간접적으로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제안했던 기억도 있다. 그러나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다.
그동안 '조용한 독도 외교'는 사실상 실패했다. 일본은 때만 되면 주기적으로 독도를 자기 영토라고 주장해왔고 국제 분쟁 지역으로 만들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추진했던 이 대통령이 느닷없이 180도 회전해 독도를 방문한 것을 두고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비판의 시각도 있다.
필자는 잘했다는 생각이다. 우리 대통령이 우리 땅을 가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독도 방문이라는 강수를 뒀다면 실효적 지배 조치 또한 더욱 강화해야 한다. 그것이 국정의 일관성이고 옳은 태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파제 사업을 비롯해 이미 진행 중인 실효적 지배 조치를 새삼스레 중단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일이다.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내치 실패의 부담을 줄이는 방파제용'이라는 의혹을 받지 않으려면 실효적 지배 조치를 강화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다. 독도는 우리 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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