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동북아에서는 미국의 입김이 예전 같지 않은 가운데 중국은 주요2개국(G2)으로 부상한 반면 일본은 2류 국가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다. 이 때문에 중화주의가 활개를 치고 있는 중국은 2차 대전 때의 수치를 일본에 앙갚음하려고 벼르고 있다. 일본은 옛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가 나부끼는 등 국력 쇠퇴의 위기감에 급격한 우경화 노선을 걷고 있다.
일본에서 극우 성향의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시장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게 단적인 사례다. 하시모토 시장은 지난 13일 "일본의 역사를 만든 분들에게 예를 올리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A급 전범들이 묻혀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겠다고 밝혀 주변국을 자극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이 없다"고 주장해 한국 등의 공분을 샀지만 일본에서는 자민당의 유력한 총재 후보로 꼽히고 있다.
중국에서는 급격한 경제성장에 힘입어 주변국에 고압적인 중화사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7월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제국시대였다면 영토분쟁의 해결은 매우 간단했을 것"이라며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중국은 제5세대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차기 지도자인 시진핑이 경제성장률 하락과 빈부격차 등 내부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민족주의를 선동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도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구소련 국가들을 규합하고 미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등 '강한 러시아'를 향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본에 대한 강경발언을 두고 정권 말기 힘이 빠진 정부가 민족주의를 자극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성철 세종연구소 국제정치경제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의 부상으로 동북아 지역의 새로운 국제질서 재편과 최근의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각국의 내부 고민이 민족주의로 표출되고 있다"면서 "올해 말까지 각국의 정권교체가 예정돼 있어 당분간은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경제ㆍ안보적인 측면에서 지역 내 민족주의가 대두하는 것은 강대국 사이에 놓인 한국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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