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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둔화·엔저 장기화·노조 리스크… 현대·기아차 본사 직원 긴급 세미나 "Chance… 기회는 변화 속에"

"과다 복지로 몰락한 GM 등 실패 사례 거울 삼아 혁신을"<br>이례적 자동차 전문가 초청 강의… 위기 대응책 마련 정신 교육

유지수 국민대 총장 (전 자동차산업학회장)

"경영의 신으로 칭송 받는 잭 웰치는 '긍정의 힘은 긍정의 독이 될 수 있다'는 말로 위기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의 근거 없는 낙관은 오히려 조직을 망가뜨리는 해악이라는 얘기죠."

현대·기아차가 최근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긴급 세미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인 자동차 시장의 성장 둔화 속에서 노조 리스크와 엔저 장기화 등의 대내외적 악재까지 이어지자 위기 의식을 공유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9일 현대차 핵심 관계자는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동차 산업의 환경 변화와 우리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긴급 세미나를 열었다"고 전했다.

이 세미나에는 현대·기아차 본사의 일반직과 연구직 과장급 이상 1,000여 명의 직원이 참여했으며 강사로는 유지수 국민대학교 총장(전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이 초빙됐다.

유 총장은 이날 강의를 잭 웰치의 위기 관리 노하우와 빌 게이츠의 어록 등을 인용하며 1시간 동안 진행했다.

과거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김영희 MBC 프로듀서 등이 이벤트성 강의를 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자동차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가 직원들의 '정신 무장'을 위해 진지한 강의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이날 강의에서 유 총장은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에 따른 신흥 시장의 불안이 가중되면서 2010년께 20%에 육박하던 자동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올해는 상반기에는 2.7%로 급락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유 총장은 "특히 국내 자동차 산업은 고령화와 가계 부채로 인한 수요 침체, 원고 엔저 등의 요인에 더해 노조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곳곳에서 암초를 만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의 올해 상반기 누적 판매는 약 370만대로 도요타·GM·폭스바겐은 물론 르노-닛산에도 크게 못 미쳤다.

게다가 국내 시장의 자동차 수요는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 20년 가까이 150만~106만대 수준에 머무르면서 '성장 없는 정체'가 지속되고 있지만 이 중 수입차 비중은 갈수록 높아져 올해 상반기 11.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 총장은 "change에서 g를 c로 바꿔보면 '기회는 변화 속에 숨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과다한 복지와 연금 비용으로 몰락한 GM이나 경직된 노사관계 탓에 실적이 급락한 PSA 등의 사례를 거울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도요타는 약점이었던 디자인 개선과 함께 원가 혁신을 대대적으로 전개해 위기를 극복하려 했다"며 "국내 완성차 업체도 부품 공용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 연비·출력·크기 등의 동시 개선을 통한 제품 경쟁력 제고로 위기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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