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시장에서의 바가지 영업 논란을 일으키던 고가 패션 브랜드들이 아시아에서 역풍을 맞으며 매출부진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버버리를 비롯한 주요 고가 브랜드 업체들의 아시아 지역 매출이 감소하거나 증가세 둔화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버버리는 지난해 2·4분기 전 세계 동일매장 기준 판매실적 증가율이 전년동기 대비 12%에 달했으나 올해 같은 분기에는 6%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이는 유럽 등에서의 판매호조에도 중국·홍콩 등 아시아 지역 영업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WSJ는 지난해 2·4분기 두자릿수를 기록했던 아시아태평앙 지역의 동일매장 기준 판매증가율이 올 2·4분기에는 한자릿수 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소개했다.
이는 가뜩이나 다른 지역보다 높은 마진이 붙던 아시아 지역의 버버리 제품이 유로화 약세 등으로 더욱 더 가격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아시아 소비자들이 유럽으로 건너가 원정 쇼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계 투자은행 엑산BNP파리바가 지난달 중순 발표한 주요 명품 판매가격 비교자료를 당시(6월5일) 환율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버버리의 대표적 상품인 트렌치코트 가격은 파리가 200만원으로 한국·중국·홍콩보다 29만~77만원 저렴했고 심지어 달러 강세 추세임에도 미국 뉴욕의 판매가격이 한국·중국·홍콩보다 23만~71만원 낮았다.
중국 정부가 반부패운동을 벌이며 관료 등의 뇌물 수수에 대해 고강도 수사를 진행하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WSJ는 구찌·입생로랑 브랜드를 보유한 케링과 에르메스 역시 아시아 지역에서 1·4분기 매출부진을 겪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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