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외환시장 자유화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페그제 폐지와 중국 기업들의 외환보유 확대 조치에 이어 이번에 통화 바스켓에 포함돼 있는 주요 통화를 모두 공개하고, 중국 은행간 위안화 선물환 거래와 통화 스왑도 허용했다. 이에 따라 현재 채택하고 있는 관리 변동 환율제도가 보다 유연해지면서 위안화가 점진적으로 절상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신화통신은 중국 인민은행이 9일부터 △중국 내 선물환을 다룰 수 있는 금융 회사들을 확대하고 △통화 스왑 거래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선물환 거래는 중국은행(BOC)을 포함한 4개 국영은행과 3개 상업은행만 허용됐으나 선물환을 거래할 수 있는 경우가 극히 제한돼 있어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외국계 은행들을 포함해 130개 은행으로 선물환 거래 은행이 늘어난다. 따라서 현재 국제간 상품과 서비스 교역에만 국한돼 있는 기업들의 선물환 거래 용도가 자본 거래까지 포함한 모든 경상 거래 분야로 확대, 선물환 거래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선물환 결제를 희망하는 은행은 정부 당국에 이를 신청해야 하며 선물환 거래를 허가 받은 후 6개월이 지난 은행들은 통화 스왑 거래 자격도 신청할 수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조치를 ‘외환시장 자유화를 위해 한걸음 더 내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씨티그룹의 글로벌 통화 전략가인 스티븐 세이웰은 “선물환 거래 허용은 일정 부분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환율이 결정되도록 했다는 의미를 갖는다”며 “중국은 점진적인 외환시장 자유화를 위해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이날 또 바스켓에 포함된 11개 통화들을 모두 공개, 환율 제도의 투명성 확보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페그제 폐지 후 통화 바스켓 제도가 도입됐지만 여기에 어떤 통화가 포함됐는지 그리고 개별 통화의 가중치는 어느 정도인지가 공표되지 않아, 여전히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돼 왔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비록 각각의 통화들이 바스켓에서 어느 정도 가중치를 갖고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구성 통화가 모두 공개된 것만으로도 외환시장 자유화를 위한 중요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외환 시장의 자유화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면서 중국 위안화의 점진적인 평가 절상이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도 커지고 있다. 현재 중국 위안화는 일일 0.3% 범위 내에서 변동이 허용되고 있다. 한편 미국 의회가 중국에 대해 추가 절상 압력을 키우고 있는 것과 달리 티모시 애덤스 미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은 중국에 대해 당분간 시간을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애덤스 차관은 “중국은 예상되는 투기 압력을 관리해야 하고 그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지 스스로 배울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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