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한국시간)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칠레와의 코파 아메리카(남미 대륙컵) 결승. 승부차기 1번 키커로 나가 가볍게 골망을 흔든 메시는 2번 키커 곤살로 이과인(나폴리)의 슈팅이 골대 위 하늘로 솟구치자 유독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동료들과 오를 맞춰 지켜보다 혼자 등을 돌리며 크게 아쉬워했다. 아르헨티나는 3번 키커인 에베르 바네가(세비야)의 슈팅마저 칠레 골키퍼 손에 걸리면서 승부차기에서 1대4로 무릎을 꿇었다. 막강 화력의 아르헨티나와 연장까지 0대0으로 맞선 뒤 네 명의 키커가 모두 승부차기를 넣은 칠레는 코파 아메리카 첫 우승컵을 홈에서 들어 올렸다.
환호하는 칠레 선수단 사이에서 얼어붙은 얼굴의 메시는 애꿎은 코만 계속 만질 뿐이었다. 최고 골키퍼 상을 받은 칠레의 클라우디오 브라보가 스페인프로축구 바르셀로나 동료라 더욱 씁쓸할 만했다. 칠레의 우승을 확정 짓는 마지막 승부차기 골을 넣은 알렉시스 산체스(아스널)는 바르셀로나에서 뛰던 2013-2014시즌까지만 해도 메시에게 가려진 2인자였다.
메시는 올해의 선수 4년 연속 수상(2009~2012년) 등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는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다. 2014-2015시즌 58골을 쏟아부으며 바르셀로나를 정규리그와 국왕컵, 유럽 챔피언스리그 3관왕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로는 아직 한 번도 메이저대회(월드컵·대륙컵) 우승 경험이 없다. 첫 월드컵인 2006 독일 대회 때 8강에서 탈락했고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8강에서 짐을 쌌다. 메시는 독일에서는 1골을 넣었지만 남아공 대회 때는 무득점에 그쳤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에서 결승까지 갔으나 독일에 졌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4골을 터뜨린 메시는 정작 16강 토너먼트부터는 침묵했다.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아르헨티나와 메시는 2년 연속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 대회 메시의 성적은 1골(페널티킥) 3도움. 결승에서는 칠레의 거친 수비에 막혔다. 후반 종료 직전 메시에서 시작해 에세키엘 라베치(파리 생제르맹)를 거친 결정적인 패스는 골문 바로 오른쪽에서 이과인이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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