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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한류에 푹 빠진 교실… 양질의 콘텐츠·교사 열정에 놀라다

'다문화가정 대상국가 교원교류' 印尼현장 가보니

교육교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 우호관계 증진 등 다방면서 효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시에 있는 스트라다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2일 한국에서 파견된 강성룡(오른쪽) 교사의 지도에 따라 색종이로 한복을 만들고 있다. /사진제공=교육부

지난 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시 외곽에 있는 스트라다초등학교. 적도의 태양을 가리기 위해 커튼을 드리운 교실은 생각보다 어두웠다. 천장에 형광등은 있었지만 전기가 부족한 탓에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했다. 수업 초반 잠시 움직였던 선풍기는 이내 작동을 멈춘 지 오래. 조금 서 있기만 해도 온몸이 흠뻑 젖어 땀을 훔치는 작업조차 무용지물이었다.

"이니 아빠(이게 뭐예요)?" "바익(잘했어요)." 5학년 한국문화 수업시간을 통해 '한복 만들기'에 나선 강성룡(37·경기도 갈곡초) 교사와 고지현(27·임용대기자) 예비교사는 찜통더위도 못 느끼는 듯했다. 강 교사는 어느새 익힌 현지어로 한복 만드는 법을 담은 슬라이드를 통째로 번역해 학생들의 이해를 도왔다. 고 교사 곁에는 늘 서너 명의 아이들이 엉겨 붙어 한국에서 '공수'해간 색종이를 접고 오리느라 좀처럼 떨어질 줄을 몰랐다. 수업이 막바지의 '고난도' 작업에 다다르자 수업을 참관 중이던 현지 교육문화부 직원은 물론 현지인 교사, 촬영 기사 등까지 모두 합세, 색종이 한복을 완성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강 교사와 고 교사가 비행기로만 7시간 거리인 인도네시아의 교단에 서게 된 것은 교육부와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이 주관하는 '다문화가정 대상국가 교사 글로벌화 지원사업'에 따른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다문화가정 대상 국가의 교원과 한국 교원을 교류 배치해 상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다문화 교육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12년 시작됐다. 올해로 3년 차에 불과하지만 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몽골 등 4개국에서 총 202명의 현지 교사와 186명의 한국 교사가 참여하는 '글로벌 교육교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내년에는 베트남까지 5개국으로 교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초청 교원의 수도 늘린다는 게 교육부의 계획이다.

지난해 첫발을 뗀 인도네시아 교사파견 사업에는 올해 총 15명의 한국 교사와 예비교사들이 참여해 현지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전공 과목과 한글, 한국 문화 등을 수업하고 있다. 초청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도네시아 교사 15명도 현재 전국 각지의 초·중·고교에서 국내 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양질의 '한국 교육 콘텐츠'로 무장한 한국인 교사에 대한 현지의 반응은 상상 이상이었다. 인도네시아 교육문화부의 고위급 인사인 우니파 로시디 교육문화부 교원능력개발센터장은 "한국의 우수한 교육 콘텐츠를 직접 교실에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교들의 참여 열기가 대단하다"며 "한국 교육의 뛰어난 질과 교원들의 열의, 수업 시스템, 콘텐츠 등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인도네시아의 교육과정 개발과 발전, 교육 개혁에 자극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열정과 실력을 겸비한 한국 교사들의 수업은 현지 학생들에게도 높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인도네시아에 들어온 지 불과 한 달이 됐을 뿐인데 상당수의 우리 교사들은 수업에 필요한 현지어를 십분 구사하며 학생들과 혼연일체를 이뤘다. 학교마다 방치되다시피 했던 슬라이드·인터넷 등 각종 교육장비는 우리 교사들의 손을 거쳐 진정한 '학습 교재'로 탈바꿈했다. 교사들과의 만남을 계기로 현지 학교에 '한국 클럽'이 구성되는가 하면 김치·김밥·수정과 등 우리 음식을 맛보는 '한국 문화의 날'이 열리는 등 문화 교류에도 한몫했다.



교사들은 한국 전통문화인 윷놀이나 양국의 화폐 단위를 학습하면서도 한국어와 영어로 숫자를 익히게 하거나 한국 음악과 춤을 도입한 체조 시간에서도 영어 학습을 병행하는 등 아이들의 집중도를 높이고 수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각도의 방안을 강구해 현지 학교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인도네시아까지 강타한 한류 열풍을 활용해 우리 사극의 한 장면을 상영하며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등 '눈높이 교육'에도 적극이었다.

그런가 하면 역사 수업 시간에는 양국이 공유하는 식민지 시절의 교훈을 연극 연출을 통해 직접 체험하고 인도네시아 독립운동의 영웅인 한국인 양칠성 선생에 대해 학습하며 교류 역사를 배우는 등 우호 관계 증진과 '원 아시아' 의식 공유에도 일익을 담당했다. 이 같은 교류 경험은 학교 간 자매결연으로도 이어져 서울 로봇고와 인도네시아 51번 실업고교, 강원 명진학교와 몽골 울란바타르 116번 학교 등이 자매결연을 체결하기도 했다.

교육부 교육개발협력팀 관계자는 "한국 문화와 교육 콘텐츠를 배우고 자란 이들 다문화 대상국의 차세대가 국가 리더로 양성된다면 파급효과는 상상 이상일 것"이라며 "다문화 대상국가의 이해와 교원의 다문화 교육 역량 강화로 출발한 프로그램이 해당 국가의 교육과정 개발과 개혁, 우호 관계 증진 등 다각도의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시디 센터장은 "아시아 각국이 한국 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이유는 전세계를 강타한 한국 문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을 선진국으로 끌어올린 비결이 다름 아닌 교육에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많은 아시아 국가가 한국의 교육을 통해 발전의 비밀을 공유하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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