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투기적 공격으로 그리스의 국가 부도위기를 조장하는 월가 대형 은행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도 FRB의 월가 조사에 공조할 태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벤 버냉키 FRB 의장은 25일(현지시간) 상원 금융위원회에 출석, 월가 은행이 그리스의 외채위기를 심화시켰는지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은 "특정 회사나 국가를 의도적으로 동요시키는 방식으로 파생상품을 이용하는 것은 큰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밝혀 보험 성격의 파생상품인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투기행위에 조사의 초점을 둘 것임을 시사했다. 월가는 CDS를 원래 목적인 채권부도 헤지용으로 매입하기보다는 투기를 통해 프리미엄을 끌어올리면서 사실상 국가 부도에 베팅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취약지를 물어뜯는 월가의 전형적인 '하이에나식' 공격이다. 미 금융 당국이 미국 밖에서 발생한 금융위기 때문에 자국 은행들을 조사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로 간주된다. 그동안 아시아 외환위기 등 미국 밖에서 일어난 대형 경제위기의 배후에 월가가 있었다는 의혹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미 금융 당국은 '시장의 문제'라며 방관적 입장을 보여왔다. 미 금융 당국이 월가 조사에 착수한 것은 월가의 CDS 투기행위를 단속하지 않고서는 그리스발 외채위기가 제2의 금융위기로 발전할 만큼 'PIGS(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그리스ㆍ스페인)' 재정위기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일각에서는 유럽 통합을 미국이 저지한다는 일각의 '음모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그동안 월가의 대표적인 대형 은행인 골드만삭스가 그리스의 국가회계분식을 방조하면서 국채 발행에 개입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해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만약 금융회사가 그리스의 재정적자를 감추는 데 개입했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상당한 스캔들이 될 것"이라고 미국을 겨냥한 적이 있다. 버냉키 의장이 CDS 조사 사실을 밝히면서 월가 은행 가운데 골드만삭스를 유일하게 실명으로 거론한 것도 유럽의 강경기류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02년 그리스가 국채를 발행할 때 통화스와프 체결 등의 편법을 동원, 그리스의 국가분식회계를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앞으로는 그리스 국채 인수를 도운 듯하지만 실제로는 그리스 외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즐겼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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