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8월15일은 우리 민족이 분단된 지 70년이 되는 해다. 남북분단사에 큰 획을 긋는 때를 앞두고 남북관계는 북한의 핵 개발과 대남 군사위협으로 대결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변 정세 역시 중일 갈등과 미중의 패권경쟁으로 혼미 속으로 빠져들고 있어 한반도 통일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어둡고 험난한 속에서도 통일의 씨앗이 싹트고 있어 우리는 희망을 갖고 통일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김정은 공포정치 속 의식변화 지속
분단국가의 통일유형으로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당사자들 간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이루는 합의형 통일, 둘째는 일방이 타방에 무력을 사용해 이루는 충돌형 통일, 셋째는 일방이 자체모순에 의해 체제가 와해되면서 타방에 병합되는 흡수통일 등이다. 한국은 6·25전쟁 후 합의형 통일을 전제로 남북한이 평화공존 과정을 거친 다음 민주통일을 달성한다는 선 평화공존, 후 민주통일을 대북정책의 기조로 삼아왔다. 반면 북한은 6·25전쟁 후 혁명으로 남한을 흡수하는 선 남조선혁명, 후 공산화 통일을 추구하다 실현성이 희박해지자 체제유지를 목표로 분단 고착화 쪽으로 가고 있다. 통일방법에 관한 남북 간 입장 차이로 1970년대 초 이후 지금까지 남북 간에 총 610여회 회담이 열렸고 227건의 합의서가 채택됐으나 합의 사항이 이행되는 것은 개성공단 하나밖에 없다. 이는 합의형 통일이 현실적으로 그만큼 어려움을 일깨워준다.
이 같은 배경하에 김정은 체제를 보면 겉으로는 안정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체제균열현상이 점증함으로써 불안정성이 높아가고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예측 불가능하고 폭력적이며 즉흥적인 성격과 능력부족, 장성택 처형 후 김정은 독주에 대한 견제장치 부재와 간부들의 면종복배 만연 등은 정치불안의 근본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군부 길들이기를 위한 김정은의 널뛰기 식 잦은 인사는 군 장성들의 사기저하와 불만을 증대시키고 있다. 김정은이 국가운영목표로 핵, 경제건설 병진노선을 발표한 후 외국자본이 유엔의 대북제재에 걸려 북한에 투입될 수 없게 돼 북한경제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공포정치에도 불구하고 북한주민들의 의식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북한당국의 식량배급 중단 후 발생한 장마당(Market)·돈(Money)·휴대폰(Mobil phone) 등 '3M 현상'과 중국과 개성공단을 통해 들어간 남한 영상물과 초코파이는 북한 주민들에게 자본주의와 남한에 관한 인식을 새롭게 해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게다가 북한체제유지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중국과 북한 관계는 계속 악화일로의 길로 치닫고 있다.
북한 주민 사로잡을 다양한 정책 펴야
이러한 불안요인들이 앞으로 증폭될 경우 북한 내 급변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 북한사회가 극심한 혼란과 내전 등으로 유혈사태가 발생할 경우 국제사회가 개입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북한사회가 안정과 평온을 회복할 경우 김정은 정권을 대체할 새로운 정권 수립을 위한 선거가 실시될 것이다. 그런데 북한주민들에게 자유로운 체제선택의 기회가 주어질 때 공산정권 대신 민주정권을 선호하고 남한의 자유민주주의를 선뜻 택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탈북자 대상 여론조사에 의하면 북한 붕괴시 중국 선호도가 40%, 자력갱생 31%, 남한 선호도가 2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북한정권이 남한에 자진 편입해 오리라는 기대는 금물이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 북한주민들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배분의 투명성 보장을 전제로 대북 인도적 지원을 계속함은 물론 남한의 발전상을 알리는 대북 심리전 활동을 적극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통일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야 하는 과제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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