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하듯이 한국경제는 저성장의 함정에 빠져 있다. 경기가 회복되는 조짐을 보인다지만 가계부채는 늘어만 가고 고용은 제자리다. 내수가 살아날 가능성도 그만큼 희박하다. 정부나 경제연구소는 설비투자 증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가계의 견실화 역시 못지않게 중요하다. 효율성이 이전보다 못한 이상 투자급증을 기대하기 어렵다. "투자의 성장기여도가 떨어졌다"는 김 총재의 언급도 같은 맥락이다.
본질적으로 건설과 설비투자에 의지하는 습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한 단위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자본을 의미하는 자본계수는 이미 선진국 수준인 3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고용과 생산을 유발해야 할 투자의 소비화 경향마저 보인다. 선진국들이 경험한 균제성장경로(balanced growth path)를 감안할 때 이제는 소비진작을 위한 소득증대를 중시할 때다.
미국과 일본이 경제회복을 위해 임금인상에 나서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도 높은 성장보다 좋은 성장을 중시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임금인상이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면 물가를 보다 낮춰 소득수준을 높이는 정책이 대안으로 강구돼야 한다. 상대적으로 사정이 좋은 기업들이 하청기업들을 지원하는 방안도 양극화 현상 극복대책으로 모색될 만하다. 소득격차 해소는 분배 문제가 아니라 성장의 문제다. 여기에 앞장서는 국가와 기업이라야 오래도록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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