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으로 촉발된 ‘약(弱)달러’ 현상이 걷잡을 수 없이 심화되고 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24일(현지시간) 유로화 대비 달러화는 전날에 비해 1.49센트(1.15%) 오른 1.3094달러로 장을 마감, 심리적 지지선인 1.30달러선을 돌파했다. 이로써 유로화에 대한 달러화 환율은 19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달러화 대비 엔화 역시 전날보다 0.40엔(0.35%) 떨어진 115.90엔으로 3개월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파운드에 대해서 달러화는 파운드당 1.9341달러로 하락, 지난 2004년 12월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달러 약세는 ▦미국 경제 둔화로 인한 금리 인하 ▦유로존 금리 인상 ▦해외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액 다변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탓이다. 지난 주 백악관이 올해와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한 데다 오는 29일과 30일 발표될 10월 기존ㆍ신규주택판매 지표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현재 시카고 시장의 연방기금금리 선물 가격은 내년 3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56%로 반영하고 있다. 지난 16일 11%보다 다섯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반면 독일의 11월 기업신뢰지수가 15년래 최고 수준으로 오르는 등 유럽 경기는 호조를 나타내 내달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3.50%로 인상하고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전망이다. 또 우샤오링(吳曉靈) 중국 인민은행 부행장이 24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동아시아 국가들은 달러 하락 위험에 지나치게 노출돼 있다”며 외환보유액 다변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도 달러 약세를 이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로존 금리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확실시되면서 약달러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상품 가격 상승 및 인플레이션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ABN암로의 더스틴 리드 수석 외환전략가는 “유로존 경기 전망이 밝아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연말 1.33달러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밀러 태벅의 피터 부크바 전략가는 “달러 약세로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주가 상승세에 제동을 걸렸을 뿐 아니라 원자재 가격 상승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